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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n 09. 2024

평생 기억에 남을 1분 만들기

목요일이 휴무인 나는 유일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다. 지난 목요일은 공휴일이었다. 나만의 날이 아니다. 가족들 모두 쉬는 날이었다. 남편이 한 달 전부터 곡성이야기를 한다. 휴일이면 어디든 가기를 원한다. 나는 집에 있어도 전혀 지루할 틈이 없지만 남편은 어디든 나가고 싶어 한다. 나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목요일 오전 곡성으로 향했다. 차 타고 두 시간 거리다. 운전은 남편이 한다. 아직까지 두 시간 정도는 마음먹으면 당일로 다녀올 수 있다.

6월 초에 간 곡성기차마을은 장미정원으로 그득했다. 여기저기 바람만 살짝 불어도 코끝에 장미향이 스쳤다. 평소에도 발길 닿는 곳에  꽃만 봐도 던 길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이댄다. 무거운 마음으로 겨우 나섰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은 광활한 꽃밭에 눈호강은 제대로였다. 

아침부터 남편은 김밥 싸기에 분주했다. 덕분에 하루 종일 배가 고플려는 없었다. 점심 먹기 좋은 정자를 찾아 헤매다 결국 차만큼 시원한 곳은 없었다.

8년 전에 들린 이곳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하기 전이었다. 그때는 어딜 가든 아이들의 포토존이었고 웃음꽃이 피어날 때다. 어느덧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꽃은 꽃이요 더운 건 더운 거다. 사진 한 장 찍으려고 하면 지금 당장 누군가와 한판 붙을 표정이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기엔 다음부터는 따라 나오지 않을 것 같다. 혹시나 싶어 근처 집라인 체험하는 곳이 있나 알아보았더니 마침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막상 찾고 나니 내가 더 떨린다. 혹시나 위험하지는 않을까 싶어 검색도 해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어미는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건물 1층은 카페인데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집라인을 타러 온 사람도 아무도 없다. 체험할 사람 외에는 위층으로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긴장하는 듯 보였지만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안전장치를 매고 간단하게 설명을 듣는다. 그 시간 남편과 나는 아이들이 도착하는 지점에 와 있었다. 몇 분 뒤 건물 바깥쪽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주춤하는 모습은 없었다. 아이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였다. 순식간에 32,000원(2인)이 날아갔다. 비용은 그렇지만 아이들은 평생 기억될 1분이 될 거라 믿고 싶다. 인증사진을 남기려는데 아이들의 표정은 오늘 중 가장 밝았다.

하루종일 같이 보고 들으면서 걸어도 아이와 내가 기억에 남게 된 장면은 다르다. 꽃구경이 좋은 부모와 체험을 중요시 여기는 아이들은 서로 다른 기억으로 남게 될 오늘이다. 부모의 시간은 아이들보다 배로 빠르기에 더 소중한 오늘이다.




나에게 평생 기억으로 남게 된 1분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술 먹고 실수했을 때, 평생 함께할 동반자를 만났을 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 긴장, 감동, 설레었던 모든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중에는 기억나지 말았으면 하는 장면도 있다. 최악이었던 최고였던 순간 모두 내 삶 어느 부분에 자리 잡고 있다. 그나마 최악보다는 최선의 순간들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고 본다. 평안한 휴일에 글을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최고의 장면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최고의 1분을 자주 만들어보려 한다. 평생 기억에 남는 1분. 1분이 모여 일상이 되고 하루가 된다. 적을수록 소중한 1분을 연출해내고 싶은 마음이 부푼다.


앞으로 아이들은 스스로 또 다른 1분을 찾아내고 경험해 나갈 것이다. 이와 내가 쌓아나가는 1분은 다르다. 서로의 1분을 간섭이 아닌 존중으로 대해주고 싶다. 그 와중에 엄마이기에 할 수 있는 따끔한 1분도 빼놓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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