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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n 19. 2024

전업작가의 꿈을 꾸었다


화요일 평일 두시 삼십 분 스타벅스 안이다. 낯선 요일 낯선 시간이다. 정상적인 근무시간에 다른 장소에 있는 건 코로나에 걸려 격리 후 처음이다. 이 시간이면 점심을 먹고 난 뒤 한창 오후 근무를 하고 있을 때니까. 원장님의 개인사정으로 두시 퇴근을 하였. 이게 웬 떡이란 말인가.      




집 근처 카페지만 가끔 테이크아웃만 했눌러앉는 것도 처음이다. 혼자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낯설다. 이게 뭐라고 심장이 콩닥거린다. 낯선 떨림이 나쁘지 않다. 작가들이 카페를 찾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늘 직장에서 폰으로 끄적이거나 거실에서 노트북을 펼쳤다. 집중하는 시간은 밤이나 휴무날 그 외에는 가족들과 함께 했다. 자주 나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낮에 카페에 앉아 글을 쓰니 전업 작가가 된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다. 급하게 나온다고 무선 마우스도 두고 왔다. 머가 그리도 급했을까. 노트북에 삽입된 터치패드라도 쓸 수밖에. 글이 나오지 않아도 미소가 새어 나온다. 아무 글이나 써도 좋. 카페에 앉은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볼 것 같다.


자주 오고 싶다. 밖은 이른 여름의 기온을 갱신하는 듯하. 호사가 별거인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돈걱정, 미래걱정, 아이들 걱정 다 놔두고 쓰고 싶은 글만 쓴다. 집에 있었다면 벌써 몇 번이나 엉덩이가 들썩거렸을지 모른다. 키보드 치는 손의 감각부터 다르다. 이 느낌 계속 간직하고 싶다. 퇴사의 유혹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큰일 날 소리다. 정신 차리고 지금에 집중한다.


(집중은 무슨) 한창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다. 때리 치웠다고만 적고 싶었다. 친구는 초초 부러울 뻔, 경사 났다고 한다. 언젠가 퇴사라는 꿈을 품고 각자 주어진 자리를 지킨다. 대로 시간이 멈추길 바랐지만 역시나 내 뜻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직장인 엄마는 오늘이 꿈만 같다.




6딸에게 전화가 온다. 하굣길이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들키지는 않을까 내심 긴장되었.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머니 말투가 왜 그래? 왜 왜 머가 다르다고 눈치챈 건가? 급한 마음에 얼른 마무리를 했다. 미안하다. 지나가는 길 들렀다가 시원한 음료 한잔 사주고 싶은 마음이 1초 들었지만 참았다. 이 시간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한 시간 뒤 중2딸에게 전화가 온다. 엄마 쉬는 건 어떻게 알고 번갈아가며 전화를 한다. 동아리 일로 속상한 일이 있었다. 통화너머로 말을 잇다 말다 한다. 느낌이 싸하다. 평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듯한 아이가 흐느끼는 걸 듣자니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속상한 마음을 풀어낸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저녁에 웃음을 되찾았다. 근무 중이었다면 그 순간 자세히 들어주기 힘들었을 것 같다.

여태 쿠폰 없이는 스벅카페 근처도 얼씬 안 했는데 이 자리가 탐나기 시작한다. 잠시나마 전업작가의 꿈을 꾸었다. 하루니까 만끽할 수 있었다. 글 한편 이어가는 것도 버거운데 생계까지 포기하기엔 무리다. 퇴근시간에 맞춰 겨우 발걸음을 뗐다. 짧지만 깊은 여운이 남는다. 전업작가의 꿈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엄마는 지금 초고 5-7을 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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