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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n 17. 2024

버티는 방법 밖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아침에 눈 뜨고 싶다. 매일이 시작이다. 아침은 시작이다. 글쓰기 창을 열 때마다 새롭다. 글을 쓰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요 며칠 분리불안도 아니고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브런치스토리에 전세 낸 것 마냥 살았다. 내 글을 못쓰면 다른 글이라도 봐야지. 글쓰기에 대한 내용을 주로 읽었다. 답은 하나인데 혹여나 다른 꿀정보가 있나 싶었다. 보고 있으면 꼭 내가 쓴 것처럼 술술 읽히는데 정작 나의 글쓰기 창에서는 문장을 이어가지 못했다. 매일의 마음이 그렇다. 오늘을 넘기지 말아야지 하면서 어두운 밤은 여전히 찾아왔다. 언제부터 글쓰기에 진심이었다고 내 삶에 슬며시 자리 잡아 마음 한 구석을 들었다 놨다 한다.




일요일은 가족들과 아침을 먹고 공원을 걸었다. 팔과 배의 힘으로 다리를 들어 올리는 운동기구를 하였다. 다리를 구부려 순간적으로 들어 올릴 수는 있어도 앞으로 펴기는 불가능했다. 딸들도 오기가 생겨 1초 더 버티려고 안간힘을 썼다. 집으로 돌아와 간식내기를 했다. 벽에 기대어 의자에 앉은 자세를 유지한 체 가장 오래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초6 둘째가 1분 48초로 1등을 하였다. 남편이 1분 22초, 나 47초, 중2 큰딸이 24초를 기록했다. 래 연습 좀 해야겠다.


30분 동안 꿀잠도 잤다. 머릿속은 써야 하는데 안 써지니 모른 체하고 싶었다. 일요일다운 편안한 하루를 보냈다. 월요일 직장도 별 일 없이 잘 갔다 왔다. 나를 위한 운동까지 알차게 다녀왔다. 오늘 하루도 무사했다. 이보다 더 바랄 게 없는데 모든 게 평안한데 마음만 가시방석이다.


쓰지 못하는 날이 쌓이게 되면 좌절하게 된다. 지금까지 써왔던 날들이 물거품이 될까 봐 덜컥 겁이 났다. 강박이다. 하고 싶어서 즐거우려고 시작한 일이 부담이 되었다.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을 이끈다. 이럴 때일수록 부적처럼 간직하는 책을 읽는다. 당연한 거라고, 그럴 수 있다고 다독인다.




기는 안 하더라도 운동루틴마저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어제오늘 3km씩 달리면서 만보인증을 하였다. 글근육은 쉬더라도 몸근육까지 놓치면 안 된다. 버틴다. 다리를 들어 올리면서 사시나무처럼 떨림을 감지한다. 버텨야 근육이 생긴다. 한 문장이라도 써가며 버티는 방법 밖에 없다. 포기는 아니니 안심해야겠다.



벽을 만난다면 쿨하게 벽의 존재를 인정하세요. 넘을까, 포기할까를 고민하지 마세요. 넘긴 넘을 건데 어떤 식으로 넘을지만 고민하세요. 올 테면 와보라는 심정으로 담담히 그 시간을 넘기세요. 그리고 계속 쓰세요.

<오후의 글쓰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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