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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n 13. 2024

속도보다 목표

달리고 기록하는 지금이 더없이 평화롭다. 그래서 달리나 보다. 그래서 기록하는가 보다. 오전에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뿌듯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쉬는 날이니 평소보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보기로 한다. 6km는 두 번째 도전이다. 괜스레 떨리면서 기대가 된다. 완주를 목표로 시작하지만 고비는 늘 오기 마련이다. 대구의 더위는 성급하다. 6월 중순인데 낮기온이 35도다. 아침 일찍 서두른다고 나왔지만 벌써부터 이글거린다. 체력과 더위를 동시에 싸워야 한다. 중간중간 길지 않게 몇 초간 걷기도 했다. 잠깐의 충전으로 다시 뛰게도 만들지만 길게 끌었다간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평소 뛰었던 5km 되었을 때 잠시 고민했다. 그냥 여기까지 할까. 5km 뛴 것도 어디야. 오늘만 날인가 다음에 또 뛰면 되지. 혼자 묻고 답하고 마음이 복잡했다. 처음부터 6km 설정한 것이 이내 걸렸다. 그때 마침 나오는 노래제목이 딱이다. <생각이 많은 게 문제야_도후> 뛸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가 무색하다. 맞아 내가 설정한 목표는 6km 지! 걷기보다 못한 속도일지언정 완주해 보자라며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기로 했으니까. 천천히 한발 한발 내딛는 거다.


달리기는 조급하다고 되는 게 아니다. 목표가 우선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정한 목표대로 움직이면 되었다. 포기할 무렵 아주 조금만 더 힘을 내어보기로 한다. 도보다 목표다.


이 땀범벅이다. 더위에 눌려 그냥 걸어도 나올 땀이랑은 비교도 안 되는 값진 땀이다. 목표한 6km를 뛰고 난 다음 보이는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다. 매일 나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다. 예쁜 것을 보고 느끼는 마음이 감사하다.


글을 쓰고 싶은데 이어지지가 않아 답답했다. 글쓰기보다 달리기가 쉽다고 생각했다. 달리기는 몸만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막상 달려보면 숨이 턱까지 차올라 몸도 말을 안 듣는다. 이럴 때는 차라리 문장 몇 개라도 쓰는 게 쉽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도 달리기도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글쓰기와 달리기 둘 중 하나만 했다면 파고들기 힘들었을 것 같다. 오래 앉아있지 못한다. 몸이 근질하다. 뛰고 나면 쉬고 싶다. 틈틈이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이어올 수 있었다.




먹는 것까지 운동이라고 했다. 실컷 뛰어놓고 애정하는 라면을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잘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각 잡고 다이어트를 하는 건 아니지만 신경은 쓴다. 요즘 들어 요거트와 과일, 양상추는 떨어지지 않게 두려고 한다. 닭가슴살, 토마토, 얼린 바나나, 냉동 블루베리, 먹고 싶은 치즈까지 추가했다. 조리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 즐겁게 먹고 싶다.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한 그릇 깨끗하게 비우면 배가 든든하다. 배불러도 기분이 좋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한다. 1년 뒤 5년 뒤의 목표가 아닌 오늘 정한 목표를 이루었다. 매일이라는 조급함을 버리고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해내었을 때 충분히 만끽하는 법을 알아간다. 달리기를 하니 욕심이 난다. 글을 쓰다 보니 잘하고 싶다. 그 마음 알았으니 급한 마음 내려놓고 하나씩만 이어가자. 글쓰기와 운동 과일 챙겨 먹기까지도 시간이 걸렸다. 속도보다 내가 하기로 한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애쓰고 있음을 알아주려 한다. 오늘은 이루었으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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