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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n 23. 2024

행복한 조합

아침 6에 알람이 울린다. 화들짝 놀랐다. 출근해야 되나? 토요일인가? 비몽사몽이었다. 다행이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이때가 제일 좋다. 쉬는 날을 확인하는 순간 더 잘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평일도 새벽기상은 꿈만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요일에 일찍 일어나서 미라클모닝을 하는 기적을 만들어볼까 했더니 역시나였다. 이럴 때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잠이 보약이다.  자야 한다. 그리곤 네 시간 반이 사라졌다. 분명 935분에 눈이 떠졌는데 다시 눈을 뜨니 1035분이다. 순간 몇 분인지만 보고 시간이  간 줄 알았다. 잠이 많아 큰일이다. 아침이 사라졌다. 눈 떠있는 시간만이라도 알차게 보내기로 해본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책을 펼쳤다. 저녁 8시에 독서모임이 있다. <유연함의 힘>이라는 자기 계발 도서다.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데 자꾸 딴짓이 하고 싶다. 입도 심심하고 이럴 때마다 브런치스토리를 들락거린다.


충분히 잤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니 또 눈꺼풀이 무겁다. 검은 글자가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며칠 전 낮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단잠을 잤기에 그 맛을 알아버렸다. 딱 30분만 자기로 한다. 그렇게 자도 또 금세 잠이 들었다. 선풍기 앞에 대자로 뻗으니 세상 시원하다.

 

자고 일어나니 또 출출하다. 어제 홈플러스에서 사 온 치킨랩  개를 남편과 딸 둘이랑 하나씩 나눠 먹었다. 성에 찰리 없다.


다시 책에 집중해 본다. 주말 오후인데 커피 한잔의 여유도 누려야지. 텀블러에 얼음 가득 채운 뒤 커피를 내리고 우유를 붓는다. 마늘바게트도 가볍게 꺼냈다. 구수한 마늘향과 아삭아삭 씹히는 맛에 입과 눈 신이 났다.


현관 벨소리가 울린다. 안방에 있던 남편이 빛과 같은 속도로 나간다. 뒷모습이 분주하다. 밥그릇 네 개에 아이스크림을 퍼담더니 아이들 방에 하나씩 갖다 준다. 처음에 안 먹는다고 했다가 지금 아니면 맛도 못 볼 것 같았다. 나에게도 조금 가져다주었다. 먹을 때 제일 부지런한 남편이다. 마누라 간식타임인 거 어떻게 알고 대령해 준다. 감사하게. 덕분에 제대로 먹었다.


독서모임 참여한 지도 어느덧 반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발표하는 부담이 있다. 하고 싶은 마음과 하기 싫은 마음이 반반이지만 막상 참여하면 재미와 긴장이 섞이면서 허투루 시간을 보낸 건 아닌 것 같아 뿌듯하다. 이런 마음을 글쓰기로 도피하다니 좋은 현상이다. 해야 할 일 안 하고 땡땡이치는 기분이라 글도 술술 써진다. 

 

일요일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었던 일을 조합하여 하루를 보낸다. 달한 낮잠, 마늘바게트와 쿠키 아이스크림, 글 쓰고 싶은 마음, 독서는 반드시라고 넣고 싶다. 독서 모임이 있든 없든 나의 앞날을 위한 일이니까. 불편해야 성장한다고 했다. 간식 먹은 칼로리는 밤에 달리기로 빼야겠다. 모든 게 행복한 조합이다. 이제 그만 끄적이고 책 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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