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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n 25. 2024

지칠 땐 큐브라테


5일이나 월경일이 당겨졌다. 이제 내 몸도 자기 멋대로다. 마흔 넘어가니 이것도 노화현상에 포함되는 건가 싶어 씁쓸해진다. 보통 3일 당겼다. 5일과 3일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휴가날에 딱 맞아떨어지겠다. 약을 먹어 인위적으로 미룰 수도 있겠지만 영 마음이 편하지 않다.


앉아서 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후 내도록 몸이 찌뿌둥했다. 퇴근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요 며칠 단 게 당겼던 이유라고 말하기가 적당해졌다. 카카오톡 선물함에서 카라멜 마키아토 쿠폰을 쓰라는 알림이 왔다. 이럴 땐 말 잘 듣는다. 몸도 피곤하고 달달한 걸 먹어줘야겠다. 카라멜 마키아토는 이유 없이 막 달다. 그냥 마구 단거 말고 너무 달지 않으면서 적당히 단맛(?)나는 큐브라테를 좋아한다. 맛있는데 설명을 못하겠네. 한때 꽂혀서 쉬는 날마다 사 먹었는데 한동안 뜸했다. 마침 쿠폰도 쓸 겸 메가커피에 들렀다. 오백 원만 더 주면 큐브라테를 마실 수 있다. 거의 공짜로 마실 수 있어 더 흡족하다. 저녁엔 토스트를 먹을 예정이라 이유불문하고 주문하였다. 집이랑 반대방향으로 가야 해서 가다가 급 귀찮아졌지만 다가올 행복을 위해 다시 전진했다. 텀블러에 큐브라테를 가득 담고 돌아오는데 다시금 힘이 났다. 기분은 좋아졌지만 몸은 지쳤다. 운동은 쉬기로 한다.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토스트 만들 준비를 했다. 중2 첫째가 누가 만드는 거냐고 묻는다. 아빠가 만드는 것보다 맛을 보장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묻는 거다. 그래봤자 소용없다. 아빠는 늦는다.

씻고 토스트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큐브라테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두 개의 원두큐브 덕분에 진하고 내가 좋아하는 단맛을 유지하면서 녹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토스트를 먹을 때도 글을 쓰고 있을 때도 큐브는 버텼다. 얼음에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결국엔 녹아버렸지만 끝까지 달달함은 놓지 않았다.


른 커피에 비해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배려가 있다. 큐브라테는 언제라도 기다려준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든든한 글쓰기 지원군이다. 큐브 덩어리는 글을 쓰는 내도록 옆에서 지켜주었다. 자신의 몸을 녹여 끝까지 희생하여 달콤함을 선물했다. 피곤할 때 기대고 싶은 큐브라테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지치고 힘들 때 생각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싶다. 큐브라테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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