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려나 하늘이 흐리다. 한동안 이글거리던 태양은 잠시 주춤한 듯하다. 창문을 여니 선선한 공기가 밖으로 나가고 싶게 만든다.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린다. 지난번 6킬로미터를 뛰었을 때부터 거리를 조금 더 늘여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날이 오늘이다. 달리기 좋은 날이다.
뛰기 전 다리와 팔 스트레칭을 해주었다. 준비단계부터 비장하다.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목표러닝7킬로미터를 설정했다. 긴 여정이 될 것 같았다. 호흡은 처음이 더 거칠었지만 갈수록 안정되었다. 뛰는 몸으로 적응이 된 것 같아속으로 흐뭇했다.
이제는 예전처럼 평지만골라 뛰지 않는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달리기도 인생도 오르는 게 힘들다. 느려도한 발씩 내딛는 게 중요하다.
기록을 스스로 경신하는 일이 즐겁다. 이제는 무조건 끝까지 내리 달리지는 않는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걸으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걷지 않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뛰는 게 목표긴 하지만 나 혼자 뛰는 건데 적절히 맞춰가면 되는 거였다. 조금씩 요령이 생긴다. 잠깐의 쉼이 더 멀리 나아가게 만든다. 운동의 목표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오래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뛰고 50, 60대가 되어서도 뛰고 싶을 때 뛸 수 있는 체력을 가지기 위해서다.
7킬로미터 완주의 일등공신은 그룹 데이식스다. 평소 가수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친구가 데이식스 팬인걸 최근 알았는데 방송에도 자주 나와 더 눈길이 갔다.2킬로미터정도 남았을 때'예뻤어'노래를 들었다. 무한반복 들었다. 자꾸 예쁘다 하니절로 힘이 났다.점점 빠져든다. 이렇게 매료될 일인가. (다 아아아~~)
하고자 했던 일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구석구석 안 예쁜 곳이 없다.뛰었던 곳을 천천히 걸으면서 놓쳤던 배경들을 한번 더 눈에 담았다. 수국이 눈부신 계절 6월이다.
평소 한 바퀴만 걷던 두류공원을 세 바퀴 돌았다.이런 적은 처음이다. 러닝거리가 길어질수록 이곳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될 것 같다. 늘 걷던 곳이지만 계절과 기온, 시간, 그날의 마음에 따라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 곳이다. 좋아하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심장을 뛰게 만든다. 그 속에서 이루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집으로 오는 길 도서관에 들려 다음 독서모임에 읽을 책과보고 싶은 두 권도 빌렸다. 매번 완독을 해야겠다는 부담은 없다. 그중 단 한 줄이라도 와닿는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사진 한 장으로 감성 돋는 마음까지 남긴다.
전에는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이 번거로웠다.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나를 위한 한 끼에 신중해지려한다. 휴무날만큼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이다. 나만의 시간이 충족되면 가족들에게도 조금 더 너그러워진다.
낮에 재래시장을 오랜만에 들렀다. 나처럼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모인 엄마들이 많았다. 맛있다는 반찬가게는 줄지어 있었다. 시장에 활기가 돈다. 오늘 저녁은 카레다.이제 가족들에게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