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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n 27. 2024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비가 오려나 하늘이 흐리다. 한동안 이글거리던 태양은 잠시 주춤한 듯하다. 창문을 여니 선선한 공기가 밖으로 나가고 싶게 만든다.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린다. 지난번 6킬로미 뛰었을 때부터 거리를 조금 더 늘여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이 오늘이다. 달리기 좋은 날이다.




뛰기 전 다리와 팔 스트레칭을 해주었다. 준비단계부터 비장하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목표러닝 7킬로미터를 설정했다. 긴 여정이 될 것 같았다. 호흡은 처음이 더 거칠었지만 갈수록 안정되었다. 뛰는 몸으로 적응이 된 것 같아 속으로 흐뭇했다.

이제는 예전처럼 평지만 골라 뛰지 않는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달리기도 인생도 오르는 게 힘들다. 느려도 한 발씩 내딛는 게 중요하다.

기록을 스스로 경신하는 일이 즐겁다. 이제는 무조건 끝까지 내리 달리지는 않는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걸으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걷지 않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뛰는 게 목표긴 하지만 나 혼자 뛰는 건데 적절히 맞춰가면 되는 거였다. 조금씩 요령이 생긴다. 잠깐의 쉼이 더 멀리 나아가게 만든다. 운동의 목표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오래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뛰고 50, 60대가 되어서도 뛰고 싶을 때 뛸 수 있는 체력을 가지기 위해서다.


 7킬로미터 완주의 일등공신은 그룹 데이식스다. 평소 가수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친구가 데이식스 팬인걸 최근 알았는데 방송에도 자주 나와 더 눈길이 갔다. 2킬로미터정도 남았을 때 '예뻤어'노래를 들었다. 무한반복 들었다. 자꾸 예쁘다 하니 힘이 났다. 점 빠져든다. 이렇게 매료될 일인가. (다 아아아~~)




하고자 했던 일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구석구석 안 예쁜 곳이 없다. 뛰었던 곳을 천천히 걸으면서 놓쳤던 배경들을 한번 더 눈에 담았다. 수국이 부신 계절 6월이다.


평소 한 바퀴만 걷던 두류공원을 세 바퀴 돌았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닝거리가 길어질수록 이곳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될 것 같다. 늘 걷던 곳이지만 계절과 기온, 시간, 그날의 마음에 따라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 곳이다. 아하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심장을 뛰게 만든다. 그 속에서 이루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집으로 오는 길 서관에 들려 다음 독서모임에 읽을  보고 싶은 두  빌렸다. 매번 완독을 해야겠다는 부담은 없다. 그중 단 한 줄이라도 와닿는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사진 한 장으로 감성 돋는 마음까지 남긴다.



전에는 거리를 준비하는 일이 번거로웠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나를 위한 한 끼에 신중해지려 다. 휴무날만큼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이다. 나만의 시간이 충족되면 가족들에게도 조금 더 너그러워진다.




낮에 재래시장을 오랜만에 들렀다. 나처럼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모인 엄마들이 많았다. 있다는 반찬가게는 줄지어 있었다. 시장에 활기가 돈다. 오늘 저녁은 카레다. 이제 가족들에게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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