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님이반짝 Jul 04. 2024

라면 먹고 힘내야지

오늘도 자정을 넘겨버렸다. 머 쓰지라고 생각하는 동안 하루는 훌쩍 지나버린다. 생각만 하니 쓰지 못했다. 하얀 창을 마주하는 시간이 세 시간은 무슨 하루종일 들여다봐도 한 편도 못 쓸 때도 있다. 나만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나 싶다.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생각 안 나는데 보기는커녕 머리만 굴리니 나올 리가 없다. 생각만 하고 내어놓질 못하니 하기 싫은 마음까지 슬며시 자리 잡는다. 글쓰기와 멀어지는 나 자신이 미워지려고 한다. 쓰지 않는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불편한 감정이 올라온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썼던 때가 행복했나 싶다. 이제 자꾸 따지고 들려한다. 조회수도 안 올라가니 지치고 글감하나 물고 늘어지지 못하는 내 모습에 힘이 빠진다. 조금이라도 써보려고 내어놓는 건 마음에 들지도 않고 지우고 싶은 마음도 꾹 참아본다. 글 쓴 지 얼마나 됐다고 글테기는 들락날락거리기 바쁘다.

글 좀 잘 써보려고 다른 작가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자신이 없어진다. 내 글이 약하게 보인다. 한번 든 소심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오히려 나만 생각하고 매일 써낼 때는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초보작가의 막무가내 정신으로 밀고 나갔다. 글쓰기에 빈틈을 내어주니 정신이 약해진다. 약해진 마음은 역시나 쓰는 방법밖에는 없다. 안 써진다고 내려놓으면 건져 올리기 더 힘이 든다.


글 쓰려고 애를 쓰니 배가 고프다. 글을 내어놓지 못하니 몸도 마음도 허하다. 먹지 않으면 살이 빠지기라도 하지 입맛은 계속 당기는데 내어놓은 글도 없으니 속상한 거다. 글감으로 배부르고 싶다. 쓸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힘내본다. 새벽시간에 어떻게든 붙잡고 있는 노력이 가상하니 얼른 글 마무리하고 배를 채워야겠다. 


벌써 일 년 전이다. 그때는 써놓고 후련한 마음에 맥주를 마셨다면 오늘은 라면이라도 먹어야겠다. 오랜만에 먹는 라면이 설레기까지 한다. 이상하다. 라면은 먹기 전에 설레는데 먹고 나면 후회한다. 글쓰기랑 비슷하다. 발행 전 떨리는데 발행 후에 후회도 하지만 또 쓰고 싶은 것과 같은 건가. 배가 고프니 자꾸 라면이랑 연결된다. 라면 먹고 힘내야지. 라면도 먹고 쓰고자 하는 마음도 먹어 본다. 힘이 들기 전에 채워 넣어야 한다. 글이든 음식이든.

작가의 이전글 내가 사랑하는 공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