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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Oct 25. 2024

9년 만에 전화 온 어린이집 엄마


5시 16분 한통의 전화가 왔다. 금빛성우라고 뜬다. 둘째랑 2년 동안 같은 어린이집에 다녔던 성우의 엄마였다. 현재 성우랑 6학년 같은 반이지만 엄마와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통화를 한 적도 없는 사이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성우엄마는 커다란 눈과 오뚝한 코 하얀 얼굴에 시선이 갈 만큼 예쁜 엄마로 기억한다. 반갑고 의아하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낯설면 나도 모르게 톤이 올라간다.

"네~안녕하세요. 성우 엄마 어쩐 일이에요?"

"지온이 엄마 책 내셨어요? 진짜 축하해요!"

"아.. 네.. 그렇게 됐어요. 하하"

그렇다. 성우엄마는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전화를 했다. 홍보의 압박으로 책표지를 프로필에 설정해 두었다.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전화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단지 축하만을 위해 전화했을까.






<슬기로운 초등생활>을 운영하는 이은경선생님을 알고 있다는 말에 이미 내 마음은 자동문처럼 열렸다.  선생님의 책도 여러 권 소장하고 있었다. 독서와 글쓰기, 자녀의 교육에 관심이 . 이때부터 그녀와 나는 주거니 받거니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말문이 터졌다.


중학교 원서 쓰는 기간이다. 성우엄마가 보내고 싶은 학교와 아이가 가고 싶은 학교는 달랐다. 학원과 자녀를 키우는 문제는 아이마다 다르기에 정답이 없다. 서로의 교육관을 참고는 하되 강요는 할 수 없다. 우리 아이에게 맞도록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연신 나에게 책을 출간한 것이 대단하다며 축하를 해주었다. 갑자기 고백을 받은 것처럼 감사하고 어쩔 줄을 몰랐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녀는 나보다 더 대단했다. 지금은 다른 이유로 접었지만 유튜브를 운영하여 구독자 2천 명을 달성했고 부동산 공부를 하여 공인중개사 자격증까지 땄다고 했다.  엄마도 보통이 아니다. 나도 예전에 유튜브 영상을 두 개 만든 적이 있었지만 그만두었던 고충을 풀어내었다. 


혹시 김유라작가를 아냐고 물었더니 나도 소장 중인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를 읽고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하와이대저택을 자주 본다고 하였더니 역시 보고 있다며 알고 있는 내용을 술술 이야기했다. 주위에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니 서로 신기해했다.


   




글을 쓰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의아했다. 유튜브운영도 해봤던 그녀가 거기서 말하던 대로 글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블로그부터 만들어보길 권했다. 김유라 작가가 말한 대로 거지같이 시작하라고 말해주었다. 잘하려고 하면 부담되니 사진 한 장, 문장 한 줄부터 올려보라고 했다. '지같이 시작하라'는 말에 그녀도 격하게 공감했다. 나는 매일 만보인증부터 기록했다고 하니 또 놀란다. 본인도 매일 만보를 걷고 있단다. 하나부터 열까지 소름 돋게 같았다.

 

블로그를 개설하면 첫 이웃이 되겠다고 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얼굴이 빨개진다고 한다.  역시 그녀가 내 책을 읽어본다고 하니 같은 상황이었다. 책은 아무나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단다. 내가 그랬다. 평범한 나도 했으니 지금처럼 우리 관심 있고 좋아하는 거 꾸준히 하자고 했다. 성우 엄마가 블로그보다 잘하고 관심 있는 유튜브를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같은 공감대를 틈 없이 이야기하다 보니 한 시간 이십여분이 지났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도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영향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했다.


9년 전 간호조무사 학원을 다닐 때 그녀는 내가 할 거 해가며 열심히 사는 것 같이 느껴졌단다. 그랬나?

생각지도 못한 전화 한 통으로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계발을 하고 있었다. 성우엄마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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