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한 달 동안
내년 여름에는 ‘발트에서 유작정 한 달 살아보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로 한국의 여름은 점점 더워지고 있지만 원래 추웠던 이곳은 오히려 더 좋아지고 있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바람도 습도도 적당하고, 벌레도 적고. 여름 피서지로 딱이다.
발트 3국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이 3국을 말한다. 이중 ‘발틱 베이케이션’의 베이스캠프는 3국 중 가운데 있는 나라 라트비아의 리가로 삼기로 했다. 이유는 다음 세 가지다. (발트 3국 중 라트비아에만 대한민국 대사관이 있다)
하나, 라트비아의 리가가 교통의 중심이다. 딱 중앙에 있어서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주변 도시로 가기도 용이하다. 또한 이 지역 항공사 에어발틱이 라트비아 회사다. 본사가 있는 리가를 중심으로 항공 노선이 연결되어 있어서 유럽의 다른 도시로 가기가 좋다.
항로로는 스톡홀름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크루즈가 중단되었지만 발트해 크루즈가 리가 시내로 바로 들어와서 연결된다. 수운이 발달한 곳이라 배를 타고 이곳저곳 다닐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가우바우강과 구도심을 둘러싼 해자로 유람선도 탈 수 있고 근교인 유르말라까지는 왕복 페리도 있다.
둘, 해변과 큰 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디든 물을 끼고 있는 곳이 휴양지로 유리하다. 리가의 유르말라 해변은 러시아 부호들의 별장이 몰려있는 곳이다. 발트해는 동해처럼 맑은 바다인데 해변은 서해처럼 완만해서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여름의 석양도 멋지고.
러시아에서 발원해 벨라루스를 거쳐 1000km 넘게 흐르는 가우바우강 하류에 리가가 자리 잡고 있어서 강변 휴양도 할 수 있다. 가우바우강이 리가를 동서로 가르는데 구도심은 동안에 있다. 가우바우강 서안은 개발이 덜되어 원시림과 강변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셋, 음식이 맛있다. 리투아니아도 음식이 괜찮은데 해안선이 짧고 빌니우스가 내륙도시라 그런지 해산물이 좀 약한 면이 있다. 라트비아는 해산물 음식점이 많고 해산물도 신선했다. 지금까지 먹어본 피시 수프 중 가장 맛있는 피시 수프를 리가에서 먹을 수 있었다.
격납고 건물을 리모델링한 리가 중앙시장은 참 매력적이었다. 청어와 고등어를 이용한 다양한 절임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시장 안 식당이 인상적일 정도로 맛있었다. 대충 골라도 맛있는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리가다.
넷, 리가는 음악의 도시다. 여름이면 다양한 음악축제를 하고 도심 곳곳에서 양질의 버스킹을 맞이할 수 있다. 빌니우스의 카페 골목에서는 음악소리가 가게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데 리가에서는 여기저기서 음악에 취할 수 있다.
라트비아 리가를 중심으로 리투아니아(빌니우스) - 에스토니아(탈린) - 핀란드(헬싱키) - 스웨덴(스톡홀름)을 두루 돌아보는 북유럽 기행을 구성하려고 한다. 두루 둘러보고 리가에서 휴양을 할 수도 있고, 절반쯤 돌고 난 후 중간에 리가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에 더 돌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