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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수제패키지여행 업그레이드 일지

여행클럽의 수제 패키지여행

by 고재열 여행감독

여행사 패키지여행은 교수의 강의노트와 비슷하다. 한 번 세팅되면 거의 안 바뀐다(나도 사이버대에서 강의해 보니 그렇게 되더라능. 시스템상 한 번 녹화한 것을 쓰는 거라 어쩔 수 없지만. ㅋㅋ). 그래서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에서는 현지 여행사가 세팅해 준 기본 여행을 조금씩 튜닝해서 업그레이드시킨다.


여행 내용이 잘 변하지 않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여행상품의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여행사 패키지여행을 구입하면 여행사가 현지 숙소/식당/버스를 직접 예약해 주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부분 직접 하지 않는다. 현지의 랜드사가 이런 오퍼레이팅을 해주고 여행사는 모객만 한다. 여행사와 랜드사 사이에 다국적 여행사가 끼어서 이들 사이를 중개하기도 한다. 즉 몇 단계 거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사들의 패키지여행은 랜드사가 깔아놓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진행하게 된다. 이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다운그레이드하는 정도의 변화 정도만 가능하고 이것도 대부분 숙소 정도만 차이나는 수준이다.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여행에서는 내가 직접 참여해 현장에서 튜닝한다.


내년 모로코기행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튜닝한 것들을 한 번 재정리해보았다. 주로 식사나 동선을 재구성 했는데, 올해는 여기에 숙소도 튜닝해서 브랜드 호텔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조그만 부분이라도 계속 개선하려고 한다.



<2023~2025, 트래블러스랩의 모로코기행 튜닝 일지>


@ 여행 시기

모로코는 라마단이 끝날 무렵 가는 것이 좋다. 라마단이 여행의 비수기라 이때 가면 여행객이 적은 편이다. 특히 아틀라스산맥을 넘어 사하라사막 지역으로 가면 여행자들 동선이 비슷해서 좀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가면 한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클럽여행이라 현지에서 직접 섭외하는 것들이 많은데, 세 번 직접 현장에서 진행하면서 세부적으로 여러 가지를 바꾸어 보았다.



@ 카사블랑카 :

사람들이 모로코에 가기 전 유일하게 알고 있는 도시는 카사블랑카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영향으로 이 도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모로코에서 가장 매력이 없는 도시다(대부분의 의견이). 그냥 낙후되고 복잡한 아프리카 대도시라는 인상이 강하고 다른 도시에 비해 구도심(메디나)도 잘 보전되어 있지 않다. 모로코에 대한 첫인상이 안 좋게 박힐 수 있어 숙소를 선정할 때 주의해야 하는 곳이다.



@ 탕헤르 :

스페인과 지브롤터 해협을 마주하고 있는 이 도시는 모로코의 해양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도시다. 이븐 바투타 영묘와 고대 페니키아인 무덤을 도는 아침산책 코스가 무척 좋다. 여행사에서는 전통방식의 해산물 식당을 추천해 주었는데 너무 비싸다. 그보다 싼 스페인 빠에야 집이 있는데 스페인에서 먹은 것보다 맛있다고 말하는 집이다. 일부러 밤마실 나갈만한 해변이라 두루 유용하다. 탕헤르에서 나오는 날 보통 패키지여행에서는 헤라클레스동굴로 가는데 별로 감흥이 없는 평범한 동굴이다. 이곳을 빼고 지브롤터 해협을 바라보는 해안 트레킹로를 걷는 것을 참가자들이 훨씬 더 좋아했다(해안에 숨은 카페들 찾아내서 차 한 잔 하는 것도 좋고요).



@ 라바트와 셰프샤오엔과 페스의 음식점 :

이곳에서는 음식점을 대부분 새로 골라서 갔다. 라바트는 보통 메디나를 올려다보는 배모양 레스토랑에서 관광객들이 단체식사를 하는데 전망은 좋지만 음식이 많이 아쉬운 집이다. 핫산영묘 근처에 생선구이 맛집이 있다. 셰프샤오엔은 새로 생긴 중국집이 맛집이다. 사천식인데 적당히 매콤해서 한국인 입맛에 딱 잘 맞는다. 페스 구도심 투어를 하고 난 뒤 현지 가이드가 전통음식점으로 유도하는데 가격은 비싼데 음식은 별로다. 조금만 걸어가면 정원이 아름다운 레스토랑이 있다. 부티크호텔에 달린 레스토랑인데 빽빽한 페스 구도심을 돌고 난 뒤 이곳에 오면 힐링되는 느낌이다. 페스에는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잘하는 집이 있다. 암튼 페스에 있을 때 카르푸 매장 옆 주류매장에 꼭 들러서 사막으로 넘어가기 전에 술장을 봐 둘 필요가 있다.



@ 시디알디와 메르주가와 다데스밸리 (사하라사막 지역)

아틀라스산맥을 넘어가는 중에는 도시가 없고 읍내 정도라 깔끔한 레스토랑을 구하기 쉽지 않다. 여기선 거리의 양고기 바비큐를 시도할만하다. 맛은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좋다.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가면 사막의 밤을 만끽할 수 있다. 시디알리 숙소는 직원에게 부탁하면 캠프파이어를 세팅해 준다. 캠프파이어를 하다 혼자 걸어 나오면 무수한 별을 볼 수 있다. 밤에 노천탕에 물을 뎁혀 놓으니 거기서 편안히 누워서 별을 볼 수도 있다. 사막캠프에서는 부엌을 좀 사용하겠다고 부탁해서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다. 미리 라면을 준비해 와서 여기서 끓여 먹으면 좋다.



@ 와르자자트와 토트라와 에이트벤하두 :

와르자자트의 아틀라스 스튜디오는 직접 가보면 ‘이런 곳에서 영화를 찍는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좀 허접하지만 모로코에서 제작된 여러 블록버스터 영화를 상기할 겸 가볼 수 있다(낡은 테마파크에 온 느낌). 와르자자트 피자집은 맥주가 생각날 정도로 괜찮은 피자를 판다. 토트라 협곡에서는 미리 샌들 같은 것을 준비해서 강물을 따라 걸으면 좋다. 가이드가 차를 주차하고 기다리는 곳보다 조금 더 올라가면 전망 좋은 노천카페가 있다. 협곡을 조금 벗어난 자리인데 전망이 매우 좋다. 협곡 끝부분에 이빨 빠진 할배가 운영하는 조그만 찻집도 운치가 있다. 에이트벤하두에는 최근에 새로 생긴 중식당 음식이 괜찮다. 셰프샤오엔 중식당처럼 우리 입에 잘 맞는다.


@ 마라케시 :

일정 중 유일하게 한식당이 있는 도시라 대부분 그 식당에 가는데, 한국인 남편과 모로코인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이라 국물음식이 전체적으로 간이 잘 안 맞는다. 심지어 라면국물 맛도 이상하다(차라리 그냥 끓이면 좋을 것을 이상한 고명을 넣어서). 국물 간을 안 하는 김밥과 비빔밥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만수르호텔 프렌치 레스토랑은 대대로 미슐랭 3스타 셰프를 영입해서 운영하는데 최근에 셰프가 바뀐 후로 음식값이 비싸지고 와인도 프랑스와인만 취급하고 있다.


@ 에사우이라 :

마라케시에서 에사우이라 가는 길에 아르간오일 만드는 곳과 장미향수 만드는 곳을 들르도록 현지여행사에서 유도하는데 장미향수는 별로고 아르간오일은 전통방식을 재현해서 볼만하다. 에사우이라 해변에 리조트형 호텔이 많지만 구 시가지에 있는 리야드식 부티크 호텔이 도시 분위기와 더 맞다(이번에는 이쪽으로 이용해 볼 예정). 에사우이라는 유럽인들이 휴양지로 애용하는 곳이라 숙소와 식당이 전체적으로 일정한 수준 이상이어서 자유식을 하기 좋다. 매년 들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맛집이 있다. 어시장의 모로코 초장집에서 정어리구이 먹는 것도 꼭 해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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