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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 아니라 ‘록케이션’이 답

양대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스테이 프로그램

by 고재열 여행감독


록케이션(Local+Vacation)!

- 산업화/민주화 세대를 위한 은퇴 후 한 달 스테이


“워케이션센터가 아니라 록케이션센터가 필요하다” 얼마 전 소백워케이션 센터 개소식 특강을 하고 와서 역설했던 내용이다. 지자체에서 워케이션센터를 만들어서 각종 지원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데 진짜 필요한 프로그램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개요는 간단하다.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오는 사람은 지금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한 사람은 돈을 벌어놓은 사람들이다. 이들을 받아줄 은퇴 후 프로그램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다.


그리고 워케이션 프로그램은 ‘될놈 될, 안될 안’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도시인들은 매력적인 지역에서 워케이션을 하고 싶어하는 곳인데 그런 곳은 이런 프로그램이 없어도 관광객이 온다. 관광객이 안 오는 곳은 지원이 있을 때만 가고. 태생적으로 역설적이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멤버 중에는 은퇴자 비중이 높은데 이분들을 지켜보면서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아직 팔팔할 때 은퇴한다. 팔팔한 분들이 팔딱팔딱 뛸 수 있는 은퇴 후 프로그램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고민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1950년대 후반 1차 베이비붐 세대에서 1970년대 초반 2차 베이비붐 세대까지, 매년 100만 명 안팎이 태어났다. 이 세대 은퇴 러시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들을 받아낼 그릇이 없는 것 같아 고민해 보았다.



1) 개념 :

록케이션(Local+Vacation)! 워케이션의 응용 혹은 파생된 표현이다. 일과 휴가를 함께 즐기는 것이 워케이션이라면 록케이션은 일을 졸업한 사람이 일 이후를 고민하며 베케이션을 즐긴다는 말이다. 일단 ‘은퇴 후 한 달 스테이’ 프로그램으로 고민하고 있다.


2) 의의 :

대한민국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에 대한 헌정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는데 공헌한 1차 베이비붐세대와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러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은퇴 후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너무 없다. 이들 또한 치열하게 사회생활을 하느라 은퇴 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못했다.


3) 워케이션과의 차이 :

워케이션이 지금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면 록케이션은 일을 졸업한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일을 졸업했지만 여전히 의욕이 팔팔한 사람을 위한 일종의 로컬 워크숍 프로그램이다. 이분들이 은퇴 후를 본격적으로 설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달 스테이 프로그램을 깔아주는 것이다.



4) 한달살이와의 차이 :

한달살이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프로그램이다. 은퇴 후의 삶에 대한 답을 각개격파로 찾는 것이다. 록케이션의 핵심은 네트워킹이다.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과 현지에 있는 사람과의 네트워킹, 이런 관계맺기를 통해 의미와 재미를 찾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5) 지역사회에 갖는 의미 :

다양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지역에 내려와서 한량이 되어 마음 편하게 돌아다니면서 지역을 재발견 재해석해 준다면 큰 도움이 것이다. 일단 지역 출신으로서 외지에서 은퇴한 사람들을 불러와서 한 달 동안 ‘포상 스테이’를 시켜준다면 자신을 기억해 준 고향을 위해 전문성을 발휘해 줄 것이다.


6) 참가자에게 갖는 의미 :

은퇴 후 좋은 멍석이 되어줄 것이다. 대한민국은 은퇴자에 대한 멍석이 너무 없다. 사회생활도 각자도생이지만 은퇴 후도 각자도생이다. 록케이션이 은퇴 후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고민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줄 것이다.



7) 해외 교포들에게 갖는 의미 :

해외 교포들 특히 은퇴 후 역이민을 하려는 수요가 상당히 있다. 그런데 이들이 역이민 베타테스트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역이민에 대한 예비 체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분들에게도 유의미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8) 예비 귀농/귀촌 프로그램과 차이 :

이 프로그램은 예비 귀농/귀촌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렇게 연결될 수도 있겠지만 이 프로그램의 본질은 이주가 아니라 여행이다. 여행은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돌아오는 것이다. 이주가 아니라 여행의 관점에서, 무겁지 않은 프로그램이 되어야 더 많은 상상력이 열릴 것이다.


9) 도시를 옮겨주기 :

도시인은 도시를 떠나기를 싫어한다. 자연에 가더라도 도시적인 것이 있을 때 안도한다. 그것이 도회적인 카페일 수도 있고 하나의 블루투스 스피커일 수도 있다. 한 잔의 드립커피나 한 곡의 노래가 도시를 옮겨준다. 도시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이 함께 있는 것도 도시를 옮겨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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