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불만 없이 몇 년간 살았는데 결혼 15년 차가 되자 갑자기 독립된 내방을 갖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남편과 다른 생활패턴, 그로인한 잔소리 때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온전히 나를 위한 물건들로 가득 채운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는 동생이 부부방에 1인용 침대 2개로 바꿔서 잠도 잘 오고 너무 좋다는 얘기를 했었다. 부부침실로 1인 침대 2개와 중간에는 수납공간이 있는 디자인이 존재한다는 말에 실제로 부부사이에 서로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수요가 꽤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얼마 전 TV를 보다가 60대 방송인 부부가 60평 한강뷰 아파트에 둘이 사는데 각자 방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서로 대화는 핸드폰으로 한다고...
너무 개인주의적인 생활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운 모습이었다. 30세 전후에 결혼해서 60세까지 30년간 한 방에서 지냈으면 남은 인생은 각자 생활패턴대로 자유롭게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들이 쌓이고 쌓이자 독립하고 싶은 욕구가 격하게 드는 것이다. 집 지어서 주택이사 온 지 몇 년 되지 않았는데 다시 당장 이사를 가기도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나 빼고 남편은 정원 가꾸기에 한참 취미가 생겼고 아이들도 주택에 사는 게 더 좋다고 하니까 이사 갈 명분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