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심한 친구에게
최근 몇 달 동안 간간히 자네의 괴로운 심경을 들어왔는데 잠시 생각나는 것이 있어 몇 자 적어본다네.
긴 세월 친가와 처가 식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모습은 참 보기 좋았어.
자신은 근검 절약하며 사치와는 먼 생활을 유지했고 가정에도 소홀함이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하나하나 직접 손때를 묻히며 사업을 일구었고 제법 규모가 커졌을 무렵 몸에 질환이 생겨나서 퍽 안타까웠다네.
그러나 어찌 생각해 보면 세상만사에는 변곡점이 있기 마련이야. 그리고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그동안 살아온 경륜과 지혜에 달려 있겠지.
그런 점에서 틈틈이 동서양의 고전을 숙독하며 삶의 지혜를 탐구했던 시간들은 큰 자산이 될 거야.
하지만 친밀했던 사람들과 분란이 갑자기 일어났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퍽 난감했겠지.
여러 번 큰 도움을 베풀었음에도 작은 요청을 거절당하면 당연히 배신감과 분노가 일어날 수밖에 없어.
그러다 보면 언쟁이 생기고 각종 과거사가 소환되기 마련이야.
그런데 문제는 사용하는 언어가 제각기 다르다는 것에 있어. 즉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기에 자신만의 입장과 표현이 생겨나지. 그래서 모처럼의 대화도 평행선을 달리다 파국으로 치닫곤 해. 급기야는 힐난의 수준을 넘어 상대방을 상담이 필요한 대상으로 규정하거나 약물 치료를 강요하기도 해. 그런데 이 픽션 같은 상황이 네 앞에 직접 펼쳐진 거야!
마침 정신과 의사가 이런 케이스는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부부간의 가치관 차이이니 부부 상담치료를 권했다니 참 다행이야.
이 지점에서 잠깐 지극히 개인적인 조언을 할까 해.
마냥 그래 네 말이 맞아라고 응해주는 것은 반쪽짜리 위로일 뿐일 테니 말이야.
살다 보니 가족 간에는 정확한 계산이라는 것이 존재하질 않아.
그것이 아무리 큰 금전이었다 하더라도 말이지. 문서로 명시하고 이행하는 사회의 비즈니스 하고는 전혀 딴판이야.
그건 각 가족의 윤리적 도덕적 가치관과 개인의 특성에 따라 사뭇 달라지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