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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스킹혜성 May 19. 2023

'최저가' 보다 '최적가'

더 이상 인터넷 최저가에 연연하지 않는 이유

어쩌다 나는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이 되었나


한 때 나는 최저가에 물건 사는 것을 즐겼다.

일단 포털에 검색해서 가장 최저가에 나온 상품을 쿠폰먹이고 적립금 쓰면서 낮은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 만족스러웠고, 한 푼이라도 절약한 내가 스스로 기특(?)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쇼핑자체가 피곤한 일로 느껴졌다.


도대체 언제부터 가성비를 따지게 되었나 생각해 보니,

난 IT특성화 고등학교를 다녔었고, 그때 컴퓨터 조립을 배우면서 가성비를 접하게 되었다.


컴퓨터 부품들은 성능은 비슷한데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판매자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가 컸다.

무려 20년 전쯤이라 그때는 네이버 최저가 검색이 없었고, '다나와'라는 사이트에서 컴퓨터 부품의 최저가를 검색할 수 있었다. 전자상가에서 부르는 게 값인 부품들의 가격을 한눈에 비교하고 바로 구매할 수 있어서 그때는 굉장히 혁명적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텔의 CPU와 AMD의 CPU가 있다. 성능을 우선한다면 무조건 안정적인 인텔이지만 총알(자금)이 부족하다면 AMD를 달고 오버쿨럭을 해서 비슷한 속도로 쓸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러면 CPU에서 아낀 돈으로 RAM에 투자한다거나 저장용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최저가'를 향한 나의 집착.


처음엔 단지 가격선이 맞나 알고 싶어서 최저가 검색을 해봤던 것인데, 어느새 쇼핑을 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 되어버렸고, 10원이라도 싼 곳에서 사기 위해 괜한 노동을 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굉장히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바보 같은 짓이었다.




인터넷 최저가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삼십 대 중반이 넘어서 인지, 이제는 최저가를 검색하고 쿠폰을 찾는 데 공들이기보다 작고 소중한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이제는 몇 천 원 저렴하다고 해서 바로 클릭하지 않는다.

최저가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해서 검색을 아예 안 해보는 것은 아니다.

혹시나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에, 검색을 해볼 때도 있다.  

대충 이 정도 가격선이구나 알아두면, 다음번에 비슷한 제품을 구입할 때 나만의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가격보다는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이 빠른 플랫폼인지, 소통이 원활한 판매자인지, 어느 택배사로 발송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요즘엔 배송이 빠른 편이라 바로 다음 날이면 받아보는 경우도 있지만, 비싸더라도 내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면 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도 한다.


'최저가' 보다 '최적가'를 선호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인터넷 최저가에 연연하지 않고 딱 필요할 때 사서 쓰는 '최적가 소비'를 하는 지금이 만족도가 더 높다.

 

현재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이 소비 방식이 나중에 또 바뀔 수도 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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