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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웨딩,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가

디렉팅업체에 SOS를 쳤다

by 무화과

우리의 결혼준비 기간은 4개월 남짓이다. 이렇게 말하면 기혼자들은 모두들 놀란다. 나도 결혼식을 해보기 전에는 이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몰랐다...!


2019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프로포즈를 받았다. 2020년 1월에 상견례를 하고 그 즈음 결혼식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고민의 연속이었다.


'근데 결혼식을 어디서 어떻게 하지?'


스몰웨딩을 하자, 고 결정하고 보니 그것 외엔 결정된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웨딩홀 결혼식과 달리 스몰웨딩은 레스토랑에서도 하고 갤러리, 스튜디오, 공연장 등등 선택지가 무한대니 오히려 막막했다.


내 마음 속에 있던 밑그림은 '서울에 있는 어느 한옥 마당에서 소박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하고 싶다' 정도로 흐리멍텅했다. 이 밑그림을 구체화하면 할수록 윤곽이 잡히기는커녕 혼란의 연속이었다.


스몰웨딩에서 신랑신부는 배우가 아니라 연출가다. 동선과 대사는 물론이고 무대장식과 BGM, 조명 등등 그 날의 모든 것을 대비해야 한다. 예컨대 '축가는 누구한테 부탁하지?' 수준의 고민이 아니라 '축가에 필요한 마이크는 몇 개지?' '보면대는 어디서 빌려야 하지?' '스피커랑 MR은 어떻게 구하지?'를 고민해야 한다.


경력 많은 공동연출가가 있다면 좀 낫지 않을까?


애인과 나는 결국 스몰웨딩 디렉팅업체를 찾아가기로 했다. 애인과 내가 좀 더 시간 여유가 있고, 주말에 온전히 쉴 수 있고, 서울에 상주했다면(직장 때문에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100% 셀프웨딩도 도전해봤을 것이다.


폭풍 서칭 끝에 (전화문의를 제외하고) 우리가 상담을 받은 스몰웨딩 디렉팅업체는 총 세 곳이다. 세 곳 모두 정말 좋았지만 장단점이 뚜렷했고, 우리의 선택은 웨알유였다.(광고 아님. 결혼식은 수천만원 들인 내돈내산...)


1. 료한앤장

출처: 신다은 인스타그램

내 결혼식의 이상형이 있다면 배우 신다은의 결혼식이었다. 한옥+자연스러운 플라워 세팅+하객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며 축가에 맞춰 춤추는 신랑신부... 료한앤장은 이 결혼식을 디렉팅한 업체다.


포트폴리오가 최고였다. 상담을 받으면서 예전에 디렉팅한 결혼식 사진들을 보여주시는데, 거의 무대디자인의 느낌. 실제로 신랑 소유 땅(!)에 거대한 천막을 세워서(태양의 서커스를 떠올리게 하는 스케일이었음...) 결혼식을 한 사례도 있었다고.


참고: http://ryohanannejang.com/


문제는 비용. 사무실이 청담동에 있을 때부터 각오는 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예산과 맞지 않아서 마음을 접었다. 첫 디렉팅업체서 쎈 금액을 봐서 몹시 의기소침한 상태로 저녁을 먹으러 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상담도 친절했고, 스몰웨딩에 적합한 이러저런 장소를 추천해주시고 가격 정보도 주셔서 도움을 많이 얻었다.


2. 오딩

출처 : 오딩 홈페이지

오딩은 위 사진으로 유명한 업체. 일명 '트와일라잇' 결혼식. 라일락 꽃이 세로로 떨어지는 세팅이다. 이 결혼식은 갈비탕 맛집 삼원가든 마당에서 한 것. 삼원가든이 일찍부터 1순위 스몰웨딩 장소였던 터라 오딩 사진을 많이 봤었다. 문제는 삼원가든이 2020년에는 웨딩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19년 말에 알아볼 때 정보. 변동이 있을 수도 있음). 마당 리모델링 때문이라고 했다. 업체들도 '삼원가든이 진행을 안 해서 타격이 크다'고 할 정도로 손꼽히는 스몰웨딩 명당이었다고ㅠㅠ


아무튼 오딩 상담은 스프라이트 샤워 같았다. 대표님이 워낙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라 취향저격. "오늘 두 분이 상담을 오셨다고 해서 바로 저희랑 계약하지 않으실 거 알아요. 그게 맞고요. 하지만 둘러보시면 저희만큼 합리적인 가격을 찾기 힘드실 거예요." 돌이켜볼수록 오딩 대표님 말이 정확하다고 느꼈다.


오딩은 장단점이 명확한 업체다. 폐쇄적 웨딩업계에서(가격 깜깜이가 너무 심하다) 가격 정찰제에, 심지어 제휴업체들 가격정보도 홈페이지에 다 공개해줌. 홈페이지만 봐도 속이 다 시원하다.


하지만 생화 대신에 조화를 쓰고(환경 측면에서는 이게 엄청난 장점), 장식 스타일이 어느 정도 규격화돼있다는 점. 스몰웨딩을 택한 이유가 '우리의 스토리를 담고 싶다'였기 때문에, 이 점이 우리에겐 단점으로 작용했다. 여러 스타일의 플라워 세팅 옵션이 있고, 그 중에 고르기만 하면 된다는 건 다른 커플에겐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 디렉팅업체를 알아보는 사이사이 우리가 후보로 올린 식장에서 진행해본 경험이 아직 없다는 점도 살짝 걱정 포인트.


3. 웨알유

출처 : 웨알유
출처 : 웨알유


우리 결혼식을 함께 꾸리기로 한 웨알유. 스몰웨딩 디렉팅업체 특성상 모두가 맞춤형 결혼식을 준비하지만. 웨알유야말로 진정한 맞춤웨딩이라고 느꼈다.


위 사진은 서핑을 하다 만난 커플이라고 했다. 서핑보드를 모티브로 한 구조물을 세우고, 결혼식 전체를 페스티벌처럼 꾸몄다. 결혼식장 곳곳에 하객 즐길거리(ex.솜사탕 부스 등등)를 마련해두고 페스티벌처럼 하객들에게 맵도 나눠주셨다고.ㅎㅎㅎ


하객 수도 4명부터 수백명까지 모두 가능. 디렉팅비만 이윤으로 남기고 나머지 비용은 실비 처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출처 : 봉태규 인스타그램


포토그래퍼 하시시박과 배우 봉태규의 결혼식도 웨알유 작품.


성남시 구석에 있는 사무실까지 찾아가(지금은 이사하셨다고 들었다) 만난 대표님도 믿음이 갔다. '결혼' 대신 '혼인'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를 설명해주시는 등 기본기가 탄탄하고 진심을 다하신다는 느낌. 스탭분들이 깔끔한 복장을 갖추고 곳곳에서 안내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물론 스탭비는 추가된다) 웨알유 상담이 제일 마지막 순서였는데, 여기구나 싶었다.


세 업체 모두 최선을 다해 친절하게 상담해주셨고, 그 과정에서 도움을 많이 얻었다. 전혀 개인적 인연이 없고 뭐 따로 제공 받은 것도 없는데 후기를 이렇게 열심히 쓰다니... 왜냐면 이분들은 막막한 스몰웨딩 준비 과정에서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디렉팅업체와 상담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식장도 플러스준스튜디오 홍대점으로 결정이 됐다. 견적은 우리 커플 기준(스몰웨딩은 장소, 하객 수, 컨셉 등에 따라 옵션이 수억수조개...) 오딩 < 웨알유 < 료한앤장순이었다.


식장을 고른 얘기는 투비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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