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받아쓰기 09 ] 듣기
저희 집에는 반려묘 4마리가 있습니다.
어느 날 집에 왔더니, 출국하면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강아지는 세상에 없고, 고양이들만 있는 집이 어색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자라지 않았던 저는 막연히 무서워했습니다. (할퀴잖아요! 물어요.... 사실은 제가 너무 어릴 때 에드가 포우의 소설을 읽고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서 무서워했습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집 앞에서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어머니가 나가 보셨더니 검은색 새끼 고양이가 어미를 잃었는지 비를 맞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 새끼인데 찾으러 오겠지 하시며, 마음 흔들리기 전에 집 안으로 들어가셨지만 신경이 계속 쓰이셨겠지요. 시간이 흘러도 어미는 찾으러 오지도 않고, 다른 곳으로 가지도 않고, 밖은 어두워지고. 결국 어머니가 데리고 들어와서 보살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밖에 나가실 때마다 데리고 다니면서 시간에 맞춰서 분유도 주시고. 고양이 #4는 그렇게 저희 집 1호 냥이가 되었습니다.
그날도 비가 왔다고 합니다. 어린 자매 고양이가 비를 피하기 위해서 조그만 공간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얼마나 좁았으면 조그마한 다리 한쪽에 밖으로 나와 있고, 언니 고양이가 동생 고양이 얼굴을 계속 닦아 주고 있었다고 합니다. 언니 고양이도 같이 비를 맞고 있으면서. 또 마음이 흔들리기 전에 가시던 길로 총총 걸어가셨다가 오시는 길에 혹시나 하고 둘러보셨더니, 두 마리가 벌벌 떨고 그 장소에 그대로 있었다고 합니다. 데리고 오셨어요. 그렇게 고양이 #1과 #2가 가족이 되었습니다.
고양이 #3은 한쪽 눈이 실명될 만큼 학대를 받았고, 어머니가 발견했던 그날은 다른 고양이로부터 물려서 엉덩이 부분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하고 보살피다 저희 집 #3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집 떠나 있으면서, 한 번씩 집에 올 때마다 사교성 좋은 고양이 #1 외에는 모두 도망가서 인사는 어머니가 보여주신 사진으로 대신했습니다. 다들 트라우마가 있는 고양이들이라 벨 소리만 나도 모두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습니다.
고양이 #4는 자기도 고양이면서, 다른 고양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따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제 공간에서요.
제 방을 차지하고 있던 그 녀석은 제가 집으로 돌아온 것이 반갑지 않았겠지요. 오는 순간부터 그녀와 저는 기싸움을 할 수 밖엔 없었습니다. 원래 내 방이긴 하지만, 제가 너무 오래 없었으니, 고양이 #4는 평생 동안 자기만의 공간이었던 제 방을 셰어 해야 한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겠지요.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참았습니다. 어처구니없이 할큄을 당할 때면 나마스테를 10번씩, 바른 호흡과 함께. 좀 좋아진 것 같아서 방심을 하면 언제나 날카로운 손톱을 보이며 저를 공격했지요. 한 번은 조용히 (뛰지도 않았어요.) 걷고 있는데, 뒤에서 제 발꿈치를 물었죠. 치사하게 뒤에서 공격을 했다는 거죠. 화가 나서, "나도 물어 버릴 거야!" 하면서 저도 이빨을 드러냈습니다. 전혀 날카롭지 않은 제 손톱을 함께 보이면서. 그 이후로 냉전에 들어갔습니다. 말 못 하는 고양이랑 싸우고 있는 어른아이. 저를 보고 가족들은 고개를 흔들었지만, 주도권을 뺏길 순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는 조금은 괜찮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워낙에 자기를 만지는 것을 싫어했던 #4였건만, 이제는 제 옆에 눕기도 합니다. 척추뼈를 따라서 마사지해 주는 제 서비스를 꽤 좋아합니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씩 사랑스러운 표정을 하고 쳐다보기도 합니다. 그윽한 눈빛으로, "가서 사료 말고 캔 안에 있는 고기를 좀 가져오렴." 하기도 하고요.
밉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밉고 못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오래 보니 매력적입니다. 윤기 흐르는 흑발을 자랑하고 있는 고양이 #4의 치명적인 매력 포인트는 바로 목소리입니다. 저의 무지함으로 외모만 본 후 #4는 분명히 수컷일 거라고 생각을 할 정도였지만, 요사이 보는 그녀는 천상 'She'입니다. ("may turn each day into a Heaven or a Hell..... ♬")
제가 온 후로 달라진 것은, 일단 수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부분, 체중조절을 제가 해 주었고요! (고양이도 살이 조금 빠지니 부기가 빠진 듯. 속눈썹 길이도 길어졌어요!) 또 그녀의 재능을 제가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표현력이 그렇게 좋은 고양이였는지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죠. 처음에 보았을 때보다, 그녀는 꽤 많은 단어를 사용합니다. 다양한 표현력으로 제게 뭔가 이야기를 합니다. 나머지 고양이들과 비교해도 정말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저는 대부분 뭘 요구하는지 알아듣는 것 같은데, 그걸 이해하는 저도 신기합니다.
얼마 전부터 그녀는 제 이름을 지어 불러주고 있는 듯합니다. 글로 그 단어를 적어서 표현을 할 수는 없지만, 저만 봤을 때 저를 쳐다보면서 소리를 냅니다. 제가 보였다 사라지면 '그 단어'로 크게 부릅니다. 그 외에 그녀의 행동을 보고 유추해 보았을 때, 그 단어는 제 이름이 맞습니다. 저는 그녀의 꽃이 된 것일까요?
꽃이 되는 방법은 시간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꽃이 되는 과정이 쉬울 순 없겠지요.
오랫동안 변함없이 상대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고, 관심을 가지고 살피면 언젠가 꽃이 될 수 있나 봅니다. 남아 있는 제 삶의 시간 속에서, 저는 몇 개의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왕이면 생김새도 향도 제 취향인 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9번째 그림을 들어보는 날입니다.
이번 글쓰기 프로젝트하면서, 저랑 약속한 마지막 9번째 그림 읽기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한 게스트들을 모셨습니다.
오늘은, 작가님들 귀를 크게, 상상력도 크게 오픈하시고 그려보셔요. 그림 속 주인공도 저의 고양이 #4와 같이 많은 단어들을 배우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 하면 브런치 작가님들 빼어 놓고 생각할 순 없죠. 그림 속 주인공도 선생님께 배우고 익힌 실력으로 브런치 응모 준비를 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처음 읽으시는 분들께,
저의 '들리는대로 나만의 미술관' 매거진에서는, 짧은 내용을 영어로 듣고, 상상력과 함께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보시면, 다음번 포스팅에 소개되는 참고 그림과 비교도 하고 그림도 함께 읽어보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고한 그림이 '정답' 일 수는 없지만, 자신이 그렸던 그림과 비교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영어 취미생활과 함께 재미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머릿속으로 그리시거나, 이 그림이 누구의 어느 작품인지를 맞추어 볼 수도 있습니다. :)
Pink and White Flowers in a Vase by Marsden Hart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