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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Ciel Oct 29. 2021

'나'라는 보석

AI가 진단하는 감정서

(당연하게 되어버린) 비대면 형식으로 2021년 서울 국제 주얼리 컨퍼런스 세미나에 참가했다. 온라인 수업이나 회의에 참석하는 것과는 다르게 '참가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다. 세미나 장소에 몸을 직접 움직여 좌석에 앉아 있는 것 대신, 라이브로 진행되는 화면을 통해서 보고 듣고, 질문이 있으면 질문 창에 타이핑을 하는 과정 만으로 참석하고 참가했다는 것 대신,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 만들어진 단어가 있어야만 할 것 같다.


COVID-19의 막강한 힘을 다시금 느꼈다. 서서히 적응하고 바뀔 수 있었던 시간을 밀어붙여서 미래를 앞당겼다. 우리는 현재 상황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빠르게 업그레이드될 미래 적응에도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되고 미디어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도 지루할 만큼 들었던 이 내용이 새삼스럽게 '쿵' 하고 공격을 받은 것만 같았던 이유는 내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분야에서도, 하지만 당연한, 일어나게 될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AI로 대체될 일들은 많다. 다이아몬드를 감정하는 분야에도 인공지능이 사람들을 대신해서 트위저를 잡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이아몬드 감정서에 대한 이해도 달라져야 할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다. 충분히 배우고 테스트를 통과한 자격증 소지자들 중에서도, 오랜만에 사용하게 되는 이 단어, '숙련된' 감정사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소속되어 다이아몬드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꼼꼼히 챙기고 등급을 매기면 그 기관에서 증명서를 발급한다. 소비자는 오랜 시간을 거래하고 속이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는 보석상이 아니라도, 발부된 페이퍼를 보고 다이아몬드를 살 수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 과정들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AI, 머신러닝, 빅 데이터로 연동한 기술력으로 접근한다. 인간과는 달리 쉬지 않고, 피로나 감정적인 변화로 인한 방해를 받지도, 컨디션 조절을 할 필요도 없다. 일을 하면서 잊지 않고 기억되고 업그레이드되며 실수할 수 있는 부분들을 빠르게 지워나간다. 정확도와 속도가 사람보다 훨씬 앞선다. 감정서 발급을 위해 필요한 과정은 인공지능으로 대치될 직업 중에 하나일 것이다.


다이아몬드를 대량 생산/유통하고 있는 회사에서 직접 투자하고 개발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발급되는 eGrading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현재의 감정서와 같이 대중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소비패턴으로 바뀌게 될 것인지 또는 그렇지 않을지도 궁금하다.


어쨌든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된다면, 생산과 유통을 하고 있는 회사가 개발한 시스템을 통한 증명서가 아닌,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감정소들이 그러한 기술력을 적용해 AI-Paul이나 AI-Jane이 검증한 감정서에 대중들은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타 분야에서처럼, 사람들이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바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마음에 찬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또는 하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의 온도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image 2




이제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를 본격적으로 팔기 위한 마케팅 접근들을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AI가 등급을 매긴 자연이 품은 Precious stone, 우리가 알고 있는 다이아몬드를 사는 것에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며 과거의 향수에 젖어 있는 것 또한 몹시 라떼적인 감성일 뿐이다.


Lab-Grown Diamond

윤리적인 소비, 환경파괴를 하지 않고, 탄소 배출 없이 만든 '깨끗한 다이아몬드'라는 설명에 '역시' MZ 세대에서 반응을 하고 있다. 내가 배웠던 보석이 되기 위한 요소들 중의 첫 번째는 '희소성'이라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Lab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다이아몬드는 과연 보석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어쩌면, 보석이 되기 위한 요소들 또한 바뀌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희소성'이라는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그리고 '보석'과 '보석을 카피한 보석' 두 가지 사이의 경계를 더 선명한 굵기와 색으로 표시해 두고 선을 지키며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 같다. 분명히 다른 두 개의 카테고리에서, 경우에 따라서 또는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실험실 다이아몬드가 다이아몬드로 둔갑하여 속아서 사게 된다던가, 모르고 선물을 받게 된다던가, 그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드라마 대본에 쓰여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도 현실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도 생기게 될지도, 이혼사유 리스트들 중에 하나로 들어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지, eGrading이라는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각각의 다이아몬드의 원석일 때의 모습까지도 함께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좌측에는 원석일 때의 모습, 우측에는 완벽하게 태어난 보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실험실에서는 없는 이야기, 대지의 어머니가 끝도 없는 시간을 품고 어르고 달래며 키워낸 그녀의 자녀들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오리진'에 대한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단 하나도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은 Raw Diamond에서 Cut/Faceted 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어쩌다 들어오게 된 이물질과의 만남으로 나타나게 되는 변화를 포용하고 강한 압력을 견디고 이겨낸 다이아몬드의 모습을 설명이 필요 없는 이미지-디스플레이 형태를 장착하고 소비자를 만나게 했다.


우리가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인간과의 대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 한다. 나는 단 하나의 '나'이고 나만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그 결을 거스르지 않고 다듬고 빛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아직 찾지 못했다면 나와의 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4C

캐럿(Carat), 컬러(Color), 클라리티(Clarity), 컷(Cut).

알파벳 C로 시작하는 4가지의 다이아몬드 평가기준이 있다. 이를 4C라고 부른다. 우리도 자연의 어머니가 돌본 그녀의 자녀들이니 실험실에서 태어난 보석이 아니다. 나는 어떤 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 글쓰기가 이끌어 준 생각이다. 이왕 시작을 해 보았으니, 이 글을 여기까지 계속해서 읽고 계신 '당신'도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다. 나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색다르게 가져볼 수 있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캐럿 

다이아몬드가 크다 작다라고 하는데 무게를 말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무게, 양심의 무게, 삶을 마주할 수 있는 무게는 얼마나 되는지 재어봐야겠다. 지금만큼은 다이어트 프리존이다. 무거울수록 좋다.


컬러

나의 색감은 어떤 컬러를 하고 있나. 웜톤이지 쿨톤인지를 찾아 화장할 때 참고로 하는 그런 색 말고, 내가 좋아하는 색은 어떤 것인지. 성격은 어떤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적어 보아야겠다. 생각이 끊어질 때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적어 보고, 그룹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클라리티

다이아몬드 안에 있는 장소의 상태를 이야기한다. 미니멀할수록 좋은 등급을 가지게 된다. 거울도, 옷장도, 침대도 없이 깨끗한 장소를 가지고 있으면 Flawless라는 최상급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마음을 잘 정리하고, 다듬고, 남을 비추어 줄 수 있는 투명함도 가질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듬고 정리하며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 흔들림 없는 마음부터 가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나는 어떤 모양새를 하고 태어났다. 모나고 삐쭉거리는 마음, 얼굴 표정을 자르고, 빛을 받아 안고 다시 뿜어 낼 수 있도록 나를 위해 최적화된 각도에 맞추어 갈고 다듬어야 한다. 게으름이 몽실 거리며 피어날 때면, 섬광같이 번쩍하는 다이아몬드의 서늘함으로 오늘도 한발 앞으로 걸어가야겠다. 한소리를 듣고 의기소침해진 오늘 같은 날에도 내 안의 반짝임이 무디어지지 않도록 닦아 주고 보듬어 줘야 한다. 내가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닦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image 1 : Unsplash @memory_terra link

image 2 : GIA instagram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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