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기고라니 Dec 15. 2022

Gap year 를 2주 남기고서야 깨달은 삶의 방향

이제부턴 어떻게 살 것인가


2022년이 이제 2주도 남지 않았다.

의도치 않은 gap year. 2022년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 한 해였다. 그 동안 나조차도 나에 대해서 너무 몰랐구나, 라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 아니 사실은 어느 정돈 알고 있었지만,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너무 많이 했다.


30년 넘게 살아오고 나서야 이제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안다.




1. 나는 울타리 안에서 비로소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동안은 나라는 사람이 당당히 자유를 찾아 떠나는 모험가인줄 알았다. 아니다. 나는 가족과 친구와 안정된 직장이 주는 안락한 울타리 안에서야 비로소 안심하고 뛰어노는 망아지같은 사람이다. 울타리가 거두어지는 순간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는 겁 많은 망아지.

그렇다고 울타리 안에서 가만히 있느냐? 그건 또 아니다. 가만히 풀 뜯는 다른 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표출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묻은 채 항상 이상을 꿈꾸는 사람이 바로 나다.


2. 나는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꾸준히 헌신하여 하는 일을 제일 못한다. 이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근데 생각보다 더 못한다. 단 하나의 일을 평생토록 한다는 생각만 해도 벌써 지루하다. 한 때는 한 분야를 갈고 닦아 전문가, 혹은 거장이 되는 사람들을 죽도록 부러워 한 적도 있었다. 로스쿨에 입학한 것도 바로 그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다. 

그러나 그 사람들 또한 본인이 하고 싶은 취미나 다른 일들을 곁다리로 조금씩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기타와 피아노를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이올리니스트 거장은 바이올린 연습할 시간 밖에 없을 거라는 이상한 생각을 했던 탓이다. 이것저것 하고싶은 것 다 해도 괜찮다. 다행히도 나는 시대를 잘 타고 났다. 현대는 융합 지식의 사회니까.




2022년, 내가 깨달은 나 자신의 성향과 성찰을 바탕으로 삶의 가이드를 정리해보았다.



1단계.

'업'으로 삼을 만한 일이 필요하다. 그 업은 적당한 소득을 보장하고, 사회적으로 평판도 좋으며,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어야 한다. 업은 나의 가치관에 반하거나, 물리적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으면 안된다.


2단계.

'업'을 얻었다면, 나의 삶의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창작 활동을 한다. 이 일들은 인풋이 주가 되는 취미와는 달리 주로 아웃풋을 만드는 행위지만, 소득이 보장될 필요도 평판이 좋을 필요도 없다. 나에게는 글쓰기가 해당되는 것 같다. 블로그와 브런치, 웹소설, 인스타툰, 하다 못해 일기라도 뭐든지 쓰고 표현한다.


3단계.

업과 창작, 그리고 자유시간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춘다. 나에게는 타임 매니지먼트가 매우 중요하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해야 효율이 난다.


4단계.

유명세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업이나 창작, 혹은 취미 분야 중 한 군데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한다. 그 영향력은 내가 그 일을 계속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도움을 주지만, 나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범하진 않아야 한다.


5단계.

노후준비를 바로 시작한다.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 나의 생이 어떤 형태로 흘러가든지 평화롭고 평화롭고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기존에 하던 경제활동을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고, 노후에 즐길 건전하고 자존감에 도움이 되는 취미활동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는다.




앞으로의 나의 삶도 2022년처럼 그저 행복하고 평화롭길.

작가의 이전글 숨만 쉬어도 뇌짱이 되는 기록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