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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훈 May 27. 2023

스위스 명품 시계공

라벨 - 볼레로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 (Joseph Maurice Ravel, 1875~1937)이 1928년 작곡한 볼레로는 현재까지 모든 음악 장르를 통틀어 가장 널리 알려진 음악일 것입니다.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초연 이후 지금까지 벌어들인 볼레로의 저작권료가 680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그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볼레로의 구성은 매우 단순합니다. 스페인 민속 춤곡에서 가져온 2마디의 리듬주제와 두 개의 선율이 악기를 바꾸어 가며 반복되며 진행하는 구성입니다. 볼레로에 대해 라벨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1928년, 이다 루빈슈타인의 요청에 따라 나는 관현악을 위한 <볼레로>를 작곡했다. 상당히 느린 무곡으로 선율, 화성, 리듬이 시종일관 반복되며, 특히 리듬에서 작은 북소리가 끊임없이 뒤따른다. 이 곡에서 변화의 요소는 관현악 합주 부분의 크레셴도밖에 없다.”

볼레로는 단순한 구성이 계속 반복되어 듣는 이들을 묘한 중독감에 빠지게 만드는데 이런 단순하면서도 실험적인 시도는 훗날 단순함에서 미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에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라벨이 1920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살았던 '르 벨베데르'


라벨은 프랑스 작곡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어머니가 스페인 혈통이고 태어난 곳도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지역인 바스크 지방의 시부르이기 때문에 볼레로에는 스페인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그리고 당시 미국에서 건너온 재즈의 영향으로 스페인 민속 음악과 재즈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선율을 만들어 냅니다.


라벨 음악의 특징은 매우 철저하게 계산된 듯한 짜임새 있는 구성인데 이를 두고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라벨을 향해 ‘스위스 시계공’이라고 비꼬듯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라벨의 아버지는 스위스 혈통의 기술자였고 라벨 본인도 매우 깔끔하고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150센티의 단신이었지만 늘 정돈된 헤어스타일과 세련된 옷차림을 하고 다녔고 그가 1920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던 ‘르 벨베데르’ (파리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몽포르 라모리에 위치)라는 집에는 잘 정돈된 방들과 일본식 정원, 작은 소품들과 그가 사용했던 향수와 화장품들이 생전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르 벨베데르'의 라벨의 작업실

모리스 라벨 - 볼레로 (종결부)

과천시립교향악단 / 김예훈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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