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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훈 Jul 14. 2023

파리에서 아침을

김예훈의 클래식 산책


2003년 1월 28일의 일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하철에 내 몸을 맡긴다. 공허한 내 머릿속을 파고드는 아련한 아코디언 소리.. 거리의 악사가 지하철에 탔다. 그가 연주하는 모습을 한 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음악에 자기 자신을 모두 빠뜨려서 연주하는 모습. 왠지 그의 음악이 마음에 든다. 


파리 지하철에는 거리의 악사들이 많다. 가끔 챔버 오케스트라도 연주할 만큼 편성도 다양하고 실력들도 천차만별이다.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는 드문 편이고 대부분 집시음악과 탱고 또는 재즈를 연주한다. 그중 가장 많은 악기는 단연 아코디언이다.


파리와 아코디언은 왠지 모르게 잘 어울린다. 그 우수에 찬 듯하면서 약간은 도발적인 음색은 파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대부분 돈을 구걸하기 위해 연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끔은 정말 이런 곳에서 연주하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연주자들도 종종 만나게 된다.


난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예술의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그들은 정말 그 안에서 자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그들의 연주가 끝난 후 돈을 구걸하기 위해 다가올 때 난 그들에게 최소한의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난 생각한다. 

예술은 박물관의 먼지 덮인 보물이 아닌 동전 몇 닢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것이라고..




나의 꿈과 사랑이 추억으로 남아 있는 파리, 

그 추억을 다시 만나고자 프랑스 작곡가들의 음악들로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02년 파리, Pont de l'Alma (알마 다리)에서




풀랑 - 피아노 협주곡

피아노 - 알렉상드르 타로 /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야닉 네제-세겡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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