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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훈 Jan 26. 2024

전설의 시작

베토벤 교향곡 제1번 Op.21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남긴 9개의 교향곡은 음악사의 불멸의 작품이자 인류의 위대한 유산입니다. 베토벤이 교향곡을 통해 보여준 혁신과 발전, 음악을 통한 메시지는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과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전설의 시작인 교향곡 제1번은 그의 인기 있는 다른 교향곡들 (3번-영웅, 5번-운명, 6번-전원, 7번, 9번-합창)에 비해 덜 알려져 있고 자주 연주가 안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천재의 비범함과 놀라운 시작이 담겨 있습니다.


베토벤이 교향곡 제1번을 쓰기 시작한 것은 29세 때인 1799년입니다. 한창 젊은 나이이긴 하지만 그가 이미 어린 나이부터 작곡가로서 명성을 떨치며 활약한 것을 생각하면 베토벤의 첫 교향곡은 매우 늦은 감이 있지요. 분명 교향곡을 쓸 수 있는 역량은 충분했을 텐데 30대가 되어서야 첫 교향곡을 발표한 것은 베토벤이 얼마나 교향곡 작곡에 신중했는가를 보여주는 일례입니다. 이후 교향곡 들에서 더욱 명확해지지만 베토벤이 생각하는 교향곡의 방향은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와의 방향과는 달랐습니다. 그는 교향곡을 통해 우주를 담으려고 했고 전 인류적인 사상과 메시지메 담기를 원했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제1번 1악장의 도입부


베토벤 제1번 교향곡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예를 들어 주제의 성격과 제시방법, 악기 편성 등에서 스승과 선배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베토벤의 대담한 시도는 첫소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제1번 교향곡의 조성이 다장조(C major) 임에도 불구하고 첫소리는 뜬금없이 바장조의 딸림 7화음으로 시작합니다. 이런 방식은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이었고 기존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파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베토벤이 교향곡에서 보여준 가장 큰 혁신은 교향곡의 3악장을 차지하고 있던 귀족들의 음악인 미뉴에트 (세 박자의 우아한 춤곡)를 서민들의 음악인 스케르초 (익살과 해학이 넘치는 빠른 세 박자의 곡)로 대체한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음악형식의 변화를 넘어서 귀족사회에 대한 불만과 시민계급의 대두를 표현한 것입니다. 제1번 교향곡 3악장은 미뉴에트라 적혀 있지만 음악적 내용은 단연코 스케르초이며 2번 교향곡부터는 본격적으로 스케르초라 표기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4악장의 독특한 서주와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본격적인 사용은 이전 교향곡에서 볼 수 없는 변화들입니다.


베토벤 교향곡 제1번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크리스티안 틸레만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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