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성희롱 발언과 인격모독으로 나는 이직한 회사에서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다.
호기롭게 서울로 올라오며 나는 허세와 자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에 대한 대가였을까.
퇴사 후 나에게 남은 건 너덜너덜해진 마음과 온전치 않은 정신. 그리고 그까짓 몇천만 원의 돈..
나는 무엇을 위해 돈을 벌었던 건지. 이성적인 사고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실패했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그대는 낙오자인가? 서울이 나에게 묻는다.
버틸걸 그랬나? 하지만 그랬다면 정신이 나가버렸을 것이다.
나는 나약한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몇 번의 면담을 거치고 퇴직서를 제출하고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회사에서 나오는 과정은 간단했다.
퇴사 날 집에 오는 길 버스를 타면서 눈물이 나는 건 왜인지 알 수 없었다.
당하고만 나왔다는 것에 대한 분노, 나 자신에 대한 실망,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퇴사 후 일주일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다음 일주일 동안은 어느 정도 정신이 들어 일상생활을 했다.
겨우 그깟 퇴사에 뭐가 그리 힘드냐고 엄마가 그랬다. '고작 회사일뿐이야'라는 말에 큰 위안이 되었다.
그렇다. 나는 아주 보기 좋게 실패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인생의 구원자는 없다. 남 탓도 하지 말아라.
위로를 해줄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충분하다.
슬퍼하는 시간은 이제 끝이다.
노인이 되어 들려줄 경험담이 하나 더 늘은 것뿐이다.
계속 내일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