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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뚜 Jun 25. 2021

난임 일기

#8

우리 부부는 난임 검사를 받은 이후 인공 수정을 결정하고 인공 수정할 병원을 알아보던 와중 병원에 꽤 자주 가야 한다는 사실을 듣고, 아무래도 병원이 회사에서 가까운 곳이고 아침 진료를 하는 곳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에서 가깝고 아침 진료를 보는 병원으로 예약을 했다. 전 병원에서 검사했던 검사자료와 보건소에서 한 산전검사 자료, 지원 결정 통지서를 가지고 병원에 방문했다. 인공 수정 전 병원에는 4번 정도 방문했던 것 같고, 드디어 인공수정 일이 다가왔다. 이틀 전에 시술일이 정해졌고 회사에는 급하게 오전 반차를 냈다. 그리고 수정 당일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정자 채취를 마치고 나온 남편은 뭔가 반쯤 얼이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두 시간 정도 후에 시술을 받을 예정이어서 나도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둘이 가방을 싸들고 근처 카페에 가서 공부를 했다. 남편은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지만, 나는 그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너무 싱숭생숭하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 ‘’ 이번에 꼭됐으면 좋겠다’, ‘이번에 안되면 어쩌지?’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그래도 3시간 정도 소변을 참고 오라고 해서 그거 신경 쓰느라 ‘아 화장실 가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신경을 돌렸다. 그리고 2시간이 지나고,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갔을 때 침대에 누워서 대기하다가 갑자기 내가 누워 있던 침대를 간호사 선생님들이 끌고 시술실로 들어갔다. 뭔가 메디컬 드라마에서 보는 수술실로 환자를 데리고 가는 그런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와 내가 하는 시술이 생각보다 큰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술은 정말 금방 끝났고, 의사 선생님이 주의 사항에 대해서 알려주셨지만 ‘아 화장실 가고 싶어 죽겠다!’라는 생각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화장실뿐만 아니라, 그 순간은 나도 얼이 빠져서 그 순간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도 있다. 시술 이후 10분 정도 누워 있다가 간호사 선생님께 주의 사항을 다시 듣고, 병원을 나와 질정제를 처방받았다. 이것 또한 시간 맞춰서 넣어야 하고 처음 넣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신경이 쓰이고 힘들었다. 그렇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사실에 새삼 동감했다. 이게 사이클이 반복되다 보니, 그 시간에 약간 몸이 반응하는 느낌이 들었고 알람을 맞춰둬서 그런지 그 시간에 맞춰 넣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말 어려운 것은 따로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멘탈관리!’ 가 제일 어려웠다. 계속 12일 후 병원에 피검사 가는 날짜가 이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었다. 인공 수정한 것을 잊고 살아 보고도 싶지만 매시간 맞춰서 질정제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쉽지는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내 마음과 감정의 폭에 내가 지쳤다. 너무 궁금하고, 또 궁금했고 어느 순간엔 임신이 돼서 감격의 눈물을 미리 흘리기도 하고, 어느 순간엔 잘 되지 않아서 ‘아, 이 짓을 또 어떻게 해’ 하며 실망과 분노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래서 순간 나 이러다가 우울증 걸리는 거 아닌가 걱정도 했다. 그래서 교회에서 기도할 때도 짧은 순간에 나의 감정이 몇 번이나 바뀌는 신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가장 어려운 이야기지만, 임신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멘털 관리’가 아닐까 싶다. 나도 스스로 멘탈 관리가 안되다 보니 남편한테도 갑자기 버럭 하는 나 자신을 보며 내 모습이 진짜 싫다고 느끼기도 했다. 오늘도 나는 하나님께 기도한다


 “하나님, 제발 제 마음을 지켜주세요. 이 널뛰는 감정들을 잡아주시고, 편안한 마음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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