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주간의 기다림 끝에 피검사를 다녀왔다. 사실 임신테스트기의 한 줄을 확인했기 때문에 피검사가 의미가 있을까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한줄기의 희망을 바라며 병원에 가서 피를 뽑고 바로 출근을 했다. 그리고 2시간 후에 직장에서 전화로 결과를 들었다. 혹시나가 역시나 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시술에서는 안타깝게도 임신이 아니신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2-3일 내로 생리가 터지면, 2차 시술을 할지 남편분과 상의하시고 다시 병원에 와주세요.’라고 마무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기쁜 소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결과를 남편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전화를 했고, ‘오빠 나 이번에는 임신이 안됬대.’라고 말을 했더니, 남편이 나에게 ‘응. 괜찮아?’라고 물어봤다. 나는 임신테스트기로 테스트를 해보고 이미 충분히 울었다고 생각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남편의 그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3초 정도 아무 말도 못 하고 ‘응 괜찮아. 오빠는?’이라고 물었다. 남편이 내가 병원 다니는 거 힘들다고 했더니 본인도 힘들다고 했을 때 너무 어이가 없었다. 병원도 나만 많이 가고, 주사도 내가 맞고 약도 내가 먹고 시술도 나한테 하는데 남편은 하는 게 뭔가, 뭐를 그렇게 힘들어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 둘이 같이 시술을 받는 건데 남편은 몸은 편했을지라도 마음은 그렇지 않았을 텐데 아니, 어쩌면 몸도 편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내가 임신을 바라는 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 남편도 임신을 바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병원 가자고 얘기했을 때 아무 말 없이 따라 나왔을 것이고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 나만 들어갈 수 있음에도 내가 병원 가는 날이면, 시간이 될 때 같이 가서 차 안에서 기다려줬을 것이다. 1차 시술에 실패했을 때 나만큼이나 아쉽고 또 아쉬워했을 텐데 그동안 자기 연민에 빠져 나만 힘들다고 네가 뭐가 힘드냐고 했던 것이 너무 미안해졌다. 그리고 ‘괜찮냐’고 먼저 물어봐주기 전에 내가 먼저 물어보지 못했던 것이 미안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공감받고 이해받는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나에게는 가장 절망적인 소식을 들었을 때 남편이 나에게 해준 ‘괜찮아?’ 한마디가 나를 위로했고, 이 사람이 나를 많이 생각해주는구나 라는 따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술을 나 혼자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외로웠지만, 우리가 함께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덜 외로워졌고 조금은 힘이 났다. 임신의 과정에서 남편도 많이 힘들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도 나만큼의 마음의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 오늘 우리의 관계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조금 더 힘을 내고 용기를 내서 우리는 2차 시술을 결정했고, 우리의 귀여운 2세를 만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여성병원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