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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뚜 Jul 10. 2021

난임 일기

#11

인공이나 시험관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난임 시술하는 거 정말 힘들겠다.'라는 생각은 어렴풋이 했지만, 내가 이 과정을 겪어보니 정말 보통이 아니구나 이걸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지옥 같은 일상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힘들지만 마음이 더 힘들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근데 최근에는 몸도 힘들어지는 일이 생겼는데 난포를 키우기 위해 맞는 주사와 약이 설사와 복통, 메스꺼움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몸소 겪게 되었다.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면서 며칠간의 몸의 변화를 보면서 왜 이렇게 배가 아프지? 하는 정도였는데 병원 가기 전 마지막으로 셀프 주사를 맞는 과정에서 출근하기 전 설사를 2번 했다. 출근은 해야 되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지하철에서 견딜 수 있을까? 하고 출근을 할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지하철에서 몸이 잘 버텨주어서 출근을 했다. 근데 문제는 출근을 하고 난 이후였다. 출근을 하고 또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갔다가 탈수 증상으로 너무 기운이 없어서 사무실 책상에 엎어져있다가 또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가는데 화장실을 가는 도중 너무 어지럽고 힘이 없어서 3번은 주저앉았던 것 같다. 그리고 식은땀도 나고 구역질을 계속해서 너무 기운이 없어서 화장실 바닥에 앉아서 30분은 변기에 엎어져있었고, 호흡곤란까지 와서 숨이 잘 안 쉬어졌다. 요즘 코로나 확진자도 늘고 있는 추세여서, '혹시 나 코로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덜컥 겁이 났다. 그 와중에도 코로나면 이번엔 시술을 받지도 못하고 끝날 텐데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119를 불러서 병원에 갈까 하다가 직장에 있는 남편에게 혹시 나를 데리러 와줄 수 있냐고 물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남편은 팀장님께 여쭤보겠다고 말했고, 나는 다시 아픈 몸을 이끌고 사무실로 돌아왔고 팀장님께 너무 아파서 퇴근하겠다고 말씀드리고 근데 집에 갈 기운이 없어서 조금만 있다가 집에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소파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오한이 와서 몸이 덜덜 떨렸다. 그래서 '아 이거 100 퍼 코로나다 어쩌지?' 하면서 담요를 덮고 누워있는데 남편이 조퇴를 했고 데리러 올 수 있다고 연락이 와서 안도의 마음과 함께 잠깐 잠이 들었고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떨리고 추운 증세는 조금 완화되었다. 남편이 왔다는 연락을 받고 짐을 챙겨서 나왔는데 나를 데리러 온 남편을 보고 '아 저 사람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든든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은 아프고, 어려운 상황을 함께 겪으면서 더욱 관계가 돈독해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집 근처에 있는 병원을 갔고, 약을 처방받았는데 처방한 약을 먹으려니 혹시 난포가 크지 않을까 봐 걱정돼서 다니고 있는 여성병원에 전화해서 이 약을 먹어도 되는지의 여부에 대해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다. 아까는 너무 힘들어서 내가 이렇게까지 아픈 원인이 주사와 약의 영향이라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나아져서 그런지 이 아픈 와중에도 난포가 크지 않을까 걱정됐다. 너무 아프지만, 혹시 난포가 크는데 방해가 된다면 먹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자 주입 전에 먹는 약은 상관없다고 해서 먹었고 오후 1시에 퇴근해서 다음날 아침 출근하기 전까지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언제 또 시술 때문에 휴가를 써야 될지 몰라 휴가를 아껴야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아픈 배를 부여잡고 출근하면서 '이 일상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어서 빨리 예쁜 아기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나도 빨리 부모님께 '아기가 생겼어요!'라는 카톡 한 줄 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살면서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바랬던 무언가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은 많이 아팠지만, 그래도 코로나가 아니어서 이번 달에도 시술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기약 없는 과정에서 나는 오늘도 희망과 절망의 그 어디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지만, 그래도 이 길의 끝은 있다는 것, 그 끝이 희망적이라는 믿음 하나를 가지고 가다 보면 부모님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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