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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이 Feb 21. 2021

청춘은  뒹글 뒹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일곱 살 때까지 여름이면 동네 냇가에서 벌거숭이인 채로 놀았다.

작은 물고기도 잡고, 개헤엄도 치면서.

물은 나에게 놀이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한 번씩 쳐다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이제는 벌거벗고 물에서 놀면 안 되는 나이라는 걸, 7살 여름에 알았다.

마치 자유롭던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부끄러움을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날 이후, 소심함과 부끄럼은 갑자기 쌍으로 찾아와 나를 괴롭혔다.

소심함과 부끄러움은 내 모든 생활에 빠질 수 없는 양념이 되었고, 그늘이 되었다.

자존감이 바닥인 청춘이 되어 산다는 것은 검은 심해와 같다. 직장 생활은 항상 토끼처럼 짧았다.

여름이면 더워서 그만두고.

겨울이면 추워서 그만두고.

사람이 싫어서 그만두고.

어디서나 몇 개월 버티기 힘든 나는, 낙오자였다.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에 누워 뒹굴뒹굴거렸다.

귀한 청춘, 누수가 되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답답한 딸을 부모님이 책임져 주고, 결혼하니 남편이 내 인생을 책임져 준다.

기대 사는 기생충처럼 편안하던 어느 날, 천지개벽 같은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그렇게 살지 마‘ 하는 강력한 울림이 온 것이다.

 

  친구와 홍대를 거닐던 날이었다.

사주 보는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사주 보는 그녀는 자신은 신이 내린 무당이기도 하고, 타로점도 보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생년월일을 넣자, 그녀는 나를 보고 “엄청 똑똑한 사람이네.”라고 말을 한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나는 그녀에게 “나는 멍청한데요.”라고 말해 버렸다.

“난 대인관계도 잘 못하고요, 아는 것도 없고요, 그래서 직장생활도 못하는데요.”라고. 

그녀는 “자신감이 없어서 자기가 똑똑한 줄 모르고 사는 거예요!”라고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난 그 말을 믿고 살기로 했다. 며칠 안 남은 3월부터는 뒹굴이가 아닌, 다시 늦게 찾아온 청춘을 배우고 즐기고자 한다.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신께서 스승을 보내준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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