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연재] 글로벌 설득
안녕하세요, 9주 차에 비장하게 작별 인사를 건넸던 '켈리황’입니다.
민망하게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처음 해 보는 브런치 연재 시스템의 '10주 차 완료 규칙'을 10주 차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왜 브런치북 발행이 안 되는지 계속 확인하다가(사실 시스템 오류가 아닐까 의심도 했습니다), 연재물 조건이 최소 10주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것이죠.
“아뿔싸…”
민망했습니다. 많이. 그리고 막연했습니다. 이미 9주 연재로 기획을 마친 상태에서, 10주 차에 무엇을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보너스로 얻은 것 같은 이번 회차는 진지함을 한 스푼 덜고, 저를 지탱해 온 '거인들의 어깨'를 공유하며 마무리할까 합니다.
저를 지탱해 온 '거인들의 어깨'를 공유합니다
홀로 서기 위해 분투하던 제 커리어의 변곡점마다 이정표가 되어준 책들이 있습니다. 9주간의 짧은 연재로 다 전하지 못한 통찰을 이 책들 소개로 담아봅니다.
1. 바바라 민토 <논리의 기술> (The Minto Pyramid Principle)
부제: 논리적으로 글쓰기, 생각하기, 문제해결하기, 표현하기
흔히 '논리'라고 하면 차갑고 딱딱한 기술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 논리는 따뜻한 '배려의 언어'입니다. 바쁜 상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핵심부터 명확하게 전달하는 피라미드 구조는 리더에게 강력한 소통 무기가 됩니다.
내 생각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전략적으로 배열할 것인가를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리더십의 기초 체력인 '전략적 사고(Strategic Thinking)'를 기르고 싶은 분들에게 든든한 교과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2. Linda A. Hill & Kent Lineback <Being The Boss>
"전문가에서 리더로 넘어가는 고통스러운 전환기에 제 손을 잡아준 지도"
제 커리어 중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 즉 '내 실력'으로 인정받던 전문가(Individual Contributor)에서 '팀의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리더로 넘어가는 그 높은 문턱에서 저를 구해준 책입니다.
우리는 흔히 직급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리더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리더십은 끊임없는 자기 교정과 학습이 필요한 여정입니다. 나 자신을 관리하는 법에서 시작해, 조직 내 인맥을 구축하고 팀을 하나로 모으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나'를 넘어 '우리'의 영향력을 키우는 법을 고민하는 신임 리더들에게 이 책은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Being the Boss" 중 발췌>
Seeking the right balance in the ties between you and your people means you’ll always have a certain level of tension in the relationships—a constant but, we hope, easy give-and-take as you and each of them constantly negotiate boundaries and appropriate mutual expectations. Relationships often tend toward one of the extremes—toward distance or toward friendship. Only steady care by you will keep each relationship on track: caring, human, but always with a little distance, and always focused on the group and its work. Friendly but not friends. The penalties of failing this requirement will be painful to you, both as a boss and a person. It’s easier to get these things right from the beginning than to repair them after they’ve gone wrong. 당신과 팀원 사이의 관계에서 균형을 찾는다는 것은, 그 관계 안에 일정 수준의 긴장이 항상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그 긴장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경계와 기대치를 계속 조율해 나가는 과정에서 유지되는 지속적이지만, 가능하다면 자연스럽고 편안한 주고받음의 형태여야 합니다. 관계는 종종 두 극단으로 기울어집니다. 거리감이 너무 멀어지거나, 혹은 지나치게 친밀해지거나. 각 관계가 올바른 궤도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은 오직 리더인 당신의 꾸준한 태도입니다. 인간적으로 따뜻하되,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언제나 팀과 그 일이 중심에 놓이도록 하는 것. 친절하게 대하되, 친구가 되지는 않는 것입니다. 이 균형을 지키지 못하면 그 대가는 리더로서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고통스럽게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문제가 생긴 뒤에 고치는 것보다 처음부터 제대로 세워두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3. The Arbinger Institute <Leadership & Self-deception> (국내 정식 발간명: 상자 밖에 있는 사람)
"스킬보다 존재 방식(Way of Being)을 고민하게 한 제 철학의 뿌리"
커뮤니케이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도구가 아닌 인간으로 보는 마음'임을 깨닫게 해 준 제 철학의 뿌리입니다. 우리는 흔히 상대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가 만든 '자기기만의 상자' 안에 갇혀 상대를 왜곡해서 보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내가 상자 안에 있으면 상대는 나의 목표를 방해하는 '장애물'이나, 내 성과를 위한 '도구'로만 보일 수 있습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화려한 화법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든 상자에서 걸어 나와 상대를 '나와 같은 욕구와 고민을 가진 인간'으로 대면하는 순간 시작됩니다. 소설 형식이라 리더십의 본질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기에 좋은 책입니다.
4. Michael Watkins <The First 90 Days> (부제: Critical success factors for new leaders at all levels) "새로운 전장에 던져진 리더를 위한 실전 비즈니스 매뉴얼"
글로벌 기업에서 보직이 바뀌거나 새로운 조직으로 옮겨갈 때마다 제가 가장 먼저 꺼내 들었던 '로드맵'입니다.
리더에게 부임 초기 90일은 앞으로의 성패를 결정짓는 골든 타임입니다. 이 책은 막연한 의욕보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조직의 상황(START 모델)에 따라 리더가 취해야 할 포지션을 명확히 짚어줍니다.
학술적인 이론에 그치지 않고 '초기 승리(Early Wins)'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이해관계자와 어떻게 정렬(Alignment)할 것인지 실천적인 지침을 제공합니다. 변화의 파도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빠르게 안착하여 성과를 내야 하는 리더들에게, 이 책은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작가 Note: 도서 구매 안내]
《보스의 탄생》: 현재 한글 번역본은 절판되었으나, 알라딘/예스24 등에서 중고 도서로 구매 가능합니다. (원서는 리뉴얼 버전 판매 중) https://www.yes24.com/product/search?domain=ALL&query=being%2520the%2520boss%2520linda%2520a.%2520hill
《The First 90 Days》: 한글판은 절판되었으며, 외서는 리뉴얼 버전(일반/공무원용)으로 판매 중입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7474526
[에필로그] 콧노래가 흐르는 작은 세상
반려견 사랑이를 미용실에 맡기러 갔습니다.
그곳에는 강아지를 유난히 좋아하는 미용사 선생님이 계십니다. 사랑이는 그분을 보자마자 배를 드러내고 먼저 마음을 내어줍니다.
예전에는 미용을 마치고 나오면 예민해져 있었는데, 요즘은 표정이 훨씬 편안해졌습니다.
다음 날 산책을 나가면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마치 “사람들이 나를 예쁘다고 해주겠지?”
하고 기다리는 아이처럼요.
속으로 생각합니다. ‘어제 미용사 선생님한테 이쁨 많이 받았구나.’
저녁 무렵 사랑이를 데리러 갔을 때, 마무리 청소를 하던 훈련사 선생님의 낮은 콧노래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는 이상하게도 공간 전체를 부드럽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쳤을 그 시간에 들려오는 그 작은 소리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기 말티푸 호두마저 편안하게 만듭니다.
아무도 서두르지 않고,
아무도 날 서 있지 않은 공간.
콧노래가 배경이 되는 작은 세상.
그 작은 세상이 참 좋았습니다.
9주간의 연재를 지나 이 10주 차가 여러분의 삶에도 작은 콧노래가 될 수 있었길 바라 봅니다. 다시 한번 이번 여정을 함께 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켈리 황 드림
p.s. 이제 진짜 [글로벌 설득] 연재를 마칩니다. 조만간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