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엘 Oct 09. 2023

여백 같은 시간

몹시 분주했던 날들이 지나고 두 번의 연휴가 지났다. 나뭇잎은 조금씩 노란빛이 물들기 시작했고, 해가 지는 시간은 부쩍 짧아졌다. 일교차가 커졌고 선선하고 건조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낮에 재킷을 걸쳐도 크게 위화감 없는 기온이었다. 그 사이 고열을 동반한 감기가 한 차례 지나갔고, 카나도 내가 있는 곳에 잠시 다녀가 주었다.


문득 시간이 멈춘 듯 이번 주는 촬영 일정이 없다. 대부분의 마감도 정리가 된 상태라 특별히 해야 할 후반 작업도 없다. 간혹 이런 공백이 찾아오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된다.


사진을 하고 있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늘 불안해진다. 10년을 넘게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가장 처음 느꼈던 근본적인 불안감만큼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스스로 존재가 해안가의 모래처럼 파도에 밀려 희미하게 지워져 가는 기분이 든다.


늘 하고 보던 것에서 벗어나 벽을 허무는 일은 쉽지 않다. 한계를 인정하고, 새롭고 좋은 것을 배우는 것 외에는 어떠한 답도 방향도 없다. 가지지 않았던 새롭고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기억 속 불꽃 축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