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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Oct 07. 2023

기억 속 불꽃 축제

아득히 먼 곳에서 희미한 폭음이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강변북로를 달리던 도중에 불꽃놀이 축제에 관한 통제 안내를 읽었던 기억이 나서 공지를 찾아보니 오늘이었다.


직접 불꽃놀이를 보러 갔던 건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 몇 번인가 우연히 길을 지나다가 소리에 놀라 올려다본 하늘과 건물들 사이에 어렴풋이 비치는 불꽃의 조각을 본 게 전부였다.


특별한 추억이라든가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소리를 들으면 무척이나 그리운 기분이 된다. 아마도 가장 처음의 기분이 생각나서일까, 생일처럼 일 년에 한 번 뿐이라서일까, 누구와 함께했는지도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강변까지 걸어가던 어두운 골목이나, 짙은 남색 하늘 위에 펼쳐지던 광경은 왠지 먼 곳의 희망처럼 따뜻해서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은 이따금 슬퍼지기도 했다.


분주한 날들이 지나고 너무 오래 쉰 탓인지 조금은 울적해진 주말,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 가고 싶은 곳과 만나야만 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언젠가의 희미한 불꽃놀이를 상상했다. 완연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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