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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Jan 09. 2024

무형의 두려움

우리가 사는 시대엔 머지않아 전쟁이 발발할 것이 예정돼 있었다.  그것이 다른 인종이었는지 혹은 미지의 생명체인지는 잘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전쟁은 인류와 적의 기술이 발전함과 더불어 보다 많은 생명들이 주변에서 사라질 것이 분명 시 될 그런 종류의 전쟁이었다.


주변의 모든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전쟁터로 향했다. 무장을 한 채 매일매일 협곡과 바위산 산을 행군했다. 적은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공포는 모두를 거대한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늘 살아남았다. 하지만 나는 어느 날 다가올 죽음을 예감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인사를 미리 건네야만 했다. 우리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서로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제야 잠에서 깼다. 슬프고 긴 꿈이었다.


제법 겨울다운 계절이다. 이미 몇 번인가 눈이 내렸고, 오늘 오후부터 많은 눈이 내린다고 한다. 눈은 도시의 모든 소음을 삼키고, 상처가 있었던 얼룩마저 하얗게 만들어 줄 것이다.


언젠가 지나간 겨울의 행복과 아픔이 동시에 떠오른다. 나는 너무 나약했고, 그 어떠한 것도 지켜낼 수 없었다. 이제 더는 무엇도 잃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을 걸어도, 그것이 나의 전부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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