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덜 깬 채로 비몽사몽이던 이른 아침, 익숙한 음식 냄새가 났다. 아마도 이 냄새에 이끌려 눈이 떠진 것이다. 거실에 이불을 깔고 담요를 머리까지 덮고 있어도 된장찌개의 냄새였다.
특별한 것도 아니고 먹어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닌데, 무척이나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아주 오래전 교복을 입고, 학교를 마치고 해가 저물 무렵 집에 돌아오면 났었던 그런 냄새였다.
혼자 살게 된 이후로 완전히 잊고 있었던 감각이었다. 출국이 이틀 남은 지금에서야 당시의 그리움과 따뜻함, 고마움이 새삼 밀려왔다.
이틀 뒤 다시 이 집을 나서면 아마 이런 감각은 영원히 느끼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본가에 머무르는 며칠간 줄곧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다. 여전히 학생이고, 어린이고, 보통의 아들이었다. 밥을 먹으라는 잔소리는 변함없이 지겨웠고, 이른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저녁에 일찍 잠드는 것도 불편하고 귀찮았다.
이곳에는 이제 알고 지내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다. 동창생 정도는 어딘가에 흩어져 있을지도 모르는데, 연락을 주고받거나 할만 한 사이의 사람은 없다. 연락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줄곧 집안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잠깐 볼일을 보러 나갔다 오기는 하는데,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한쪽에서는 이별을, 한쪽에서는 환영받고 있다.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줄곧 혼자였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고 있었다. 기다려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