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최근 얼마간 서울이 도쿄보다 더운 모양이다. 장마 시즌임에도 딱히 긴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이것도 이상기후의 하나일까, 이따금 강풍 주의보가 내려지긴 하지만 맑음과 비가 이어져서 견딜만한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하늘이 맑은 만큼 자외선도 제법 강해서, 양산이라도 쓸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어린 시절 가장 처음 일본의 사진들을 만났을 때는 너무 놀라웠다. 비슷한 동양인의 얼굴에 같은 하늘 아래에서 어떻게 이렇게 맑고 청량한 사진들을 찍는 걸까 하고 동경의 대상이었다. 어떤 세팅을 하는 걸까 궁금했다. 숨겨진 특별한 것이 있는 줄만 알았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일본 여행을 반복하며 점차 풀려갔다. 이곳의 하늘은 사진 속처럼 맑았다. 어떻게 찍어도 내가 그려오던 그 풍광이 프레임 안에 펼쳐졌다. 정작 현지의 사람들은 하늘이 예쁘다. 맑다. 라는 이야기를 하면 크게 공감하지 못하지만, 미세먼지와 황사에 십수 년을 넘게 시달리던 사람이라면 조금만 둘러보아도 금세 알 수 있는 맑음이다. 어느 곳에도 장단점이 있지만 하늘과 공기가 맑은 건 행복의 큰 요소가 되는 걸 체감하는 요즘이다.
공식적인(?) 일정이 아니면 거의 외출하지 않고 있다.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집안이 너무 평온하고 완벽히 안정된 공간이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그럼에도 오늘은 오랜만에 잠시 목적 없는 외출을 하려 한다. 하늘이 맑아서, 그저 카메라를 둘러메고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어디든 걸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