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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봄날 어느 곳에서

잡다한 생각

by 김은집

물빛 하늘이

수묵화처럼

나뭇가지 끝에

걸려있다.


바람은

이제 시리지 않지만

아직 꽃의 향기를

실어 오지도 않는다.


저 넘어

오솔길을 따라서

사뿐사뿐 잰걸음으로 달려오는

옛 시절 기억들은


햇살이 쉬어가는

오늘 같은 하늘아래서

빗물이나 되어 내릴까...


진한 에스프레소보다

묽은 아메리카노처럼

그런 빗물이 그리운 날


이제는

윤곽조차 바래버린

옛 시절의 기억들을


나뭇가지 위에 걸린

저 여백 위에 걸어보고 싶은

흐린 봄날이다...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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