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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다람쥐 Dec 21. 2022

편의점 음식으로 해보고 싶은 게 있다고?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독후활동

|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

 독후활동을 하는 책을 나만 선정할 수가 있나. 아이에게 독후활동 하고 싶은 책이 있냐고 물어보니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을 말했다.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에는 편의점 음식을 활용한 몇 가지 레시피가 나온다. 그리고 편의점 음식을 좋아하는 아들과 그런 걸 왜 먹냐고 호통치는 아버지도 등장한다. 딸아이는 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직접 따라 해보고 싶어 했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아이가 요리를 하는 동안 나는 옆에서 편의점 음식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되겠다 싶었다.


 언젠가부터 아이는 편의점 음식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삼각김밥이 어떤 맛인지 궁금했는데 드디어 먹어보게 되어서 기쁘다고 말하던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용돈 사정으로 욕심처럼 자주 갈 수는 없었는데, 독후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엄마 카드 찬스를 쓸 수 있다고 하니 이게 웬 횡재냐 싶었을 것이다. 


 고르고 골라 딱 한 가지 품목만 계산대에 올려놓던 때와 달리, 레시피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재료를 덥석덥석 짚는 아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쌀국수 컵달걀찜 |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시도해본 것은 '쌀국수 컵달걀찜'이었다. 아이는 책에서 해당 페이지를 찾은 뒤, 컵쌀국수에 뜨거운 물을 붓기 시작했다.


-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138쪽 -

1. 컵쌀국수를 익힌다. 물을 붓기 전 면은 가능한 한 잘게 잘라 놓는다.

2. 달걀 두 개를 넣은 종이컵에 컵쌀국수 2/3 정도를 붓고 젓는다. 간은 국물의 양으로 조절한다. 어린아이가 먹을 경우 국물을 1/3 정도만 붓는 것이 좋다.

3. 종이컵을 전자레인지에 4분간 돌린다.

4. 쌀국수면이 콕콕 박혀 있는 쌀국수 컵달걀찜 완성.


 전자레인지로 달걀찜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나는 전자레인지에서 꺼낸 그럴싸한 달걀찜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이는 '훗, 이쯤이야'하는 표정으로 숟가락 두 개를 꺼내왔다. 달걀찜이 아니라 어려운 수학 문제 앞에서 '훗, 이쯤이야'를 해줬으면 더 좋으련만.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꼭꼭 숨긴 채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해! 빨리 먹어보자!"를 말하며 푹신한 달걀찜을 향해 숟가락을 뻗었다. 


 너라면 어떻게 말할 것 같아? |

 쌀국수 컵달걀찜은 꽤 맛있었다. 다만 쌀국수 국물이 너무 많이 들어갔는지 조금 짜게 느껴졌다. 아이도 처음에는 맛있다며 먹다가 어느 순간 숟가락을 놓았다. 그러고는 다음 요리를 하기 위해 포장을 뜯고 있을 때 내가 말했다.


엄마: 책에 나오는 아빠가 편의점 음식 먹지 마라고 아들한테 화냈잖아. 그런데 나도 네가 편의점 음식 먹는 게 좋지는 않거든.

딸: 그래도 엄마는 그 아빠처럼 화내면 절대 안 돼. 알겠지?

엄마: 음.. 화를 내서 효과가 있으면 하겠지만, 책에서도 아들이 아빠를 싫어하기만 하고 말은 안 듣잖아. 애한테 어떤 말을 해줘야 건강한 음식을 더 많이 먹을까? 넌 만약에 내가 편의점 음식을 많이 먹는다면 어떻게 말할 것 같아?

딸: 별로 신경 안 쓸 것 같은데?

엄마: 그래?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보자. 1번,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듦. 2번, 너는 엄마가 병에 걸리는 것이 싫음. 자, 네 머릿속에 이 두 가지 생각이 있다고 가정하고, 편의점 음식을 많이 먹는 엄마에게 말해본다면 어떤 말을 할 것 같아?

딸: 음.. 그냥.. 몸에 좋은 걸 먹으라고 말할 것 같은데?

엄마: 그게 내가 너한테 말하는 거잖아. 근데 별로 효과가 없던데? 조금 더 효과가 있으려면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아이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협박이 최고라는 둥 헤드락을 걸면 된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실실 웃으며 이런 소리를 하는 동안 삼각 김밥 하나를 뚝딱 해치우며. 


 아이의 농담을 듣던 나는 헤드락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뭐든 미리 연습을 해두어야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으니. 아이의 편의점 출입이 지금보다 잦아진다면, 내 헤드락 연습의 결과는 빛을 보게 될 터다. 나는 음흉한 미소를 띠고 아이에게 말했다. "나 헤드락 걸기 좀 가르쳐줘. 연습을 좀 해둬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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