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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다람쥐 Jan 19. 2023

스무 번째 독서캠프를 기대하게 된 날

| 책 읽는 시간을 어떻게 마련하세요? |

 애가 읽는 영어책을 나도 같이 읽으며 그 책들을 블로그에 소개하고 있다 보니, 언제 책을 읽는지를 묻는 댓글이 간혹 달리곤 한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그와 비슷한 댓글을 달고 싶었던 적이 있다. 블로그 이웃이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서평을 올리는 걸 보면 '도대체 어떻게 시간을 내시는 건가요?'하고 묻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곤 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은 묻고 싶은 마음으로만 그친다. 시간을 낸다는 건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 뒤 남는 시간에 책을 읽겠다는 사람에게는 책 읽을 시간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책 읽을 시간이 있다는 건 다른 걸 할 시간보다 책 읽을 시간에 우선순위를 내주었다는 의미이다. 


 아이와 함께 독서캠프를 떠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 책 읽기란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아니라는 걸 상기시키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집안일에 밀리고, 화분 가꾸기에 밀리고, 유튜브에 밀려 서운해하고 있던 책이 '우리 사이 이상 없음!'을 외치며 다시 자기 곁을 내줄 것 같았다.


| 이따금 만나도 서먹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

 독서캠프라는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별 건 없다. 집안일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을 읽다가 오는 것이 전부이다. 반찬거리 걱정, 설거지, 청소 등에서 벗어나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책 읽기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독서캠프 장소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요란한 의식을 치르지 않아도 책과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부럽긴 하다. 나와 책 사이는 그렇지가 않다. 좀 뜸하다 싶으면 반드시 표가 난다. 한동안 읽지 않다가 오랜만에 책을 들게 되는 날은 보잘것없는 내 집중력을 확인하는 날이다. 눈이 글자를 읽고 있어도 머릿속으로는 온갖 잡생각이 떠돌아다니는 정도가 심하다 싶은 날은 어김없이 오랜만에 책을 읽는 날이었다.


 책과 나는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그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이가 아니다. 자주 만나지 않으면 대번 서먹해진다. 어쩌다 한 번씩 읽어도 책이 눈에 잘 들어오는 사람이었다면 독서캠프까지 기획하며 책 읽는 시간을 일부러 배정하지는 않았을 테다.


| 스무 번째 독서캠프를 기대하며 |

 '조금씩 자주'도 힘이 세지만 '확 쏟아붓는 시간'에는 다른 종류의 힘이 있다. 고작 1박 2일의 독서캠프로 '확 쏟아붓는 시간'의 힘을 경험해 보겠다는 건 과욕일 수 있겠지만 확실히 집에 있는 것보다는 책에 몰입을 할 수 있었다. 1단계로만 근근이 돌아가던 머리를 5단계까지 올려 풀가동하는 느낌이랄까.


 책 읽다가 다른 사람이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책 읽다가 잠이 들고, 아침에 눈을 떠서 또 책을 읽다가 차려주는 아침을 먹는 일정.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었다. 책을 읽겠다고 일부러 마련한 시간이니 집중이 안 되던 책도 마법처럼 잘 읽게 되리라 기대하고 어려운 책을 챙겨간 덕분에 가져간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지만 그마저도 괜찮았다.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그만큼 읽는 것에도 몇 달이 걸렸을지 모르니까.


 읽은 책이 쌓이는 속도보다 읽고 싶은 책 리스트의 업데이트 속도가 빠른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이따금 이런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맞이하는 우리의 독서캠프가 열 번째, 스무 번째까지도 이어질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긴 날이었다.







독서 캠프의 시작이 궁금하시다면 아래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brunch.co.kr/@resonanc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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