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 창업가 시리즈 1편
검로드(Gumroad)를 아시나요? 노션 템플릿이나 전자책 같은 디지털 창작물을 파는 크리에이터들이 애용하는 플랫폼입니다. 파트레온이나 엣시와 비슷하지만 디지털 콘텐츠에 특화되어 있고, 코딩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 검로드, 사실 완전히 망할 뻔한 스타트업이었다는 걸 아시나요? 창업자 사힐 라빈지아는 2019년 ‘나는 왜 10억 달러 기업을 만들지 못했는가’라는 솔직한 블로그 글로 화제가 됐고, 이후에는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책 『미니멀리스트 창업가』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오늘은 벤처 투자를 받고 잘나가다가 추가 투자에 실패한 후, 혼자 힘으로 다시 일으켜 세운 검로드의 놀라운 반전 스토리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2012년, 핀터레스트 초기 직원으로 일하던 19살 사힐은 문득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이 자기 작업물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베타 사이트를 만들어 해커뉴스에 올렸는데, 첫날에 무려 5만 2천 명이 가입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 성과에 확신을 얻은 사힐은 핀터레스트를 과감히 그만두고 검로드에 올인했어요. 스톡옵션까지 포기하면서 말이죠. 19세 나이에 대학도 중퇴한 천재 개발자가 검증된 아이디어로 창업한다니,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줄을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어요. 시드 투자 110만 달러에 이어 5개월 만에 시리즈A 700만 달러까지 유치하며 전형적인 스타트업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갔습니다. 구글과 아마존을 발굴한 클라이너퍼킨슨, 페이팔 공동창업자 맥스 레프친,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유명 엔젤 투자자인 론 콘웨이와 크리스 사카까지 투자자로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이었죠.
하지만 검로드는 2014년 11월 최대 매출을 기록한 후 정체기를 겪게 됩니다. 펀드레이징을 앞두고 있던 검로드는 비상이 걸리게 되죠. 2015년 시리즈B 투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어떤 투자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벤처캐피탈들이 기대하는 월 20%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죠. 게다가 한번 꺾인 성장 지표는 회복하기 어렵다는 게 스타트업계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6개월 동안 온갖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소용없었어요. 결국 2015년 10월, 직원 5명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죠.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회사를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사힐은 달랐어요. 검로드를 이용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매달 3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갑자기 플랫폼이 사라지면 이들의 생계가 막막해질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길이 "어떻게든 흑자 달성하기"였어요.
2015년 당시 검로드의 재무 상황:
월 순매출: 1억 원
월 운영비: 4억 원
이 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했습니다. 사무실을 없애고 강제 리모트로 전환하며, 가능한 모든 비용을 삭감해서 월 운영비를 4천만 원까지 줄였어요.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 2명 월급도 안 되는 금액이었습니다.
사힐은 좌절감에 빠져 실리콘밸리를 떠나 유타로 이주, 칩거에 들어갑니다. 그러면서 1년간은 혼자서 매일 코딩하고 고객 지원을 하며 버텼어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미디어에는 성공 스토리만 가득한데, 혼자서 실패한 사업을 떠안고 있는 상황... 정신적으로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고 회고합니다.
2017년 11월, 뜻밖의 연락이 왔습니다.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투자사였던 클라이너퍼킨스에서 "우리 지분을 주당 1달러에 사실 생각 있으세요?"라고 물어본 것이죠.
투자사 입장에서는 이미 손실 처리한 지분을 헐값에 팔아서 세금 혜택이라도 받자는 계산이었어요. 하지만 사힐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투자금 회수 압박 없이 진정한 1인 기업을 만들 수 있게 된 거니까요.
이렇게 검로드는 '벤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서 '자체 자금으로 운영하는 1인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면서 검로드도 함께 성장했어요. 사힐은 2019년부터 회사 실적을 트위터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빌드인퍼블릭' 방식으로도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2021년에는 크라우드펀딩으로 500만 달러를 조달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7,331명의 개인투자자가 참여했고, 매 분기 유튜브로 '공개 이사회'를 열어 투명한 경영을 보여주고 있어요. 2024년에는 모든 투자자에게 배당금까지 지급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적은? 2016년 6월 월 매출 17만 6천 달러에서 2024년 5월 173만 7천 달러로 8년간 정확히 10배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사힐이 이 모든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요?
고객은 자신이 즐겨 이용하는 회사가 항상 더 커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창업자가 얼마나 부자인지,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30인’에 선정되었는지, 어떤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았는지, 직원이 몇 명인지는 전혀 관심 없다. 고객이 바라는 것은 단 두 가지다. 제품이 계속 발전하고 내가 애용하는 사업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미니멀리스트 창업가』6장. 성장과 균형의 조화
요즘 유행하는 1인 기업, 솔로프리너와 결은 비슷한 듯 하지만 미니멀리스트 창업가는 '무엇을 어떻게'라는 더욱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닌, 건강하고 가치를 전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죠.
1. 수익성 우선주의: 투자 받아서 나중에 매각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처음부터 돈이 되는 비즈니스를 만드세요. 수익은 생존의 필수 조건입니다.
2. 커뮤니티 중심 접근: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같은 뻔한 질문 대신,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관찰하며 진정성 있는 관계를 구축하세요.
3. 최소한으로 시작하기: 꼭 필요한 것만 직접 만들고 나머지는 자동화하거나 외주를 활용하세요. 한 가지를 완벽하게 하는 것이 여러 가지를 대충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4. 첫 100명에 집중: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애쓰지 말고, 진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에게 집중하세요.
5.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 실패 경험까지 포함해서 솔직한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사람들은 브랜드가 아니라 '진짜 사람'에게 끌립니다.
사힐의 창업 철학과 실전 노하우를 담은 『미니멀리스트 창업가』가 드디어 국내에 출간됩니다!
유니콘을 쫓던 창업가에서 미니멀리스트 창업가로 변신하면서, 나는 또 하나의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 책은 우리가 세계를 바꾸는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신화를 해체하고, 어떻게 하면 각자가 속한 공동체가 더 부유하고,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을지 그 진실을 탐구하는 이야기다.
『미니멀리스트 창업가』 프롤로그
이 책은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 시작해서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는 전략을 8장에 걸쳐 체계적으로 소개합니다. 특히 GPT, 노코드, 자동화 도구들이 만든 '1인 창업 시대'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들이 가득합니다.
AI 시대의 창업은 더 이상 투자자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소셜미디어로 고객에게 직접 도달하고, AI로 반복 업무를 줄이고, 빠르게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 모두 갖춰졌기 때문이죠. 이제 중요한 것은 외부 자금이 아니라 창업자의 철학과 선택입니다.
거대한 스케일을 꿈꾸기보다는 내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작고 탄탄한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이 완벽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