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픽사베이
아이들이 없는 교실은 늘 허전하다
가림막을 다 떼내고
책걸상만 남아 있는 교실.
앉아있던 자리자리, 이름 하나하나가 눈에 선한데
이제 선생님의 짝사랑은 마음속에 묻어야 할 시간인 것을 알고 있단다.
어느 교사가 1년 동안 힘들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그 순간보다 보람이 더 크기에
늘 마무리되는 순간은 아쉽고 또 아쉽다.
가끔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이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 멋진 모습.
부끄러워하지 말으렴.
가운 입고 있지 않아도 된단다.
화이트칼라셔츠 입고 있지 않아도 된단다.
그냥 네가 있는 그 자리에서 소속감 느끼고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게 멋진 모습이니까 그렇게 살고 있다면 선생님은 네가 너무나 자랑스러울 것 같아.
막연하게 아이들이 잘 컸으면..
다치지 않았으면 바라는 마음 더하기.
스무 살을 갓 넘기고 백혈병으로 떠났다는 나의 사랑하는 제자에 대한 애틋함까지.
빈 교실에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2004년 초임때부터 모아온 아이들 사진과 편지가 담긴 나의 교육파일집을 넘기며..
돌아오지 못하는 제자 모습도 한 번 쓰다듬어본다.
2021년에도 나는 교실 안에서
12살밖에 안 되었지만
학습된 무기력감으로 늘 엎어져있고 Zoom 카메라는 끈 채로 초점 잃은 모습에서
전쟁, 무기 영상에만 빠져 즐거움이 없다는 모습에서
부모님의 방치 속에 마트를 전전했던 모습에서
선생님 도와주세요라는 외침을 읽었다.
출처: 픽사베이 저도 잘 살고 싶어요.
인정받고 싶어요.
칭찬받고 싶어요.
애들하고 친해지고 싶어요. 그 눈빛을 읽었기에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1년을 마친 날, 나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았다.
난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교육기간 동안
칭찬받는 아이들보다
낙인 받은 아이들에게 더 애착을 주었다.
나 아니어도 칭찬받을 곳이 많은 아이들은 따스한 눈빛을 전해주었을 뿐이지만
나 아니면 안 되는 아이들은 눈빛과 말투, 제스처까지
내가 너를 사랑해.
나는 너를 버리지 않아.
너를 책임질 어른 한 명은 있어.
너를 포기하지 않는 어른 한 명은 있어.라는 마음으로 버텼다.
교사, 사회복지사, 상담가는 성직자와 같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다 해도
아이에 대한 아니 사람에 대한 신뢰와 자기 헌신이 없으니 결코 버티기 어려운 직업 이리라.
또 하나의 아이가 희망을 얻어 전해준 편지에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홀로 눈물을 훔친다.
잘 커주길
잘 지내길.
이제 선생님의 짝사랑은 마무리할게.
날아오르렴.
세상에 무너지지 말고
날자마자 부딪히지 말고
조금씩 날갯짓 펴서 날아오르길.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