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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선 Mar 28. 2022

Covid 19 확진된 초등 담임교사

결국 나에게도.

결국 나에게도 오고야 말았다.

피하고 싶었으나 대단한 녀석이다.


3월 전면 등교를 시작하자마자,

확진으로 등교를 하지 못한다는 새로운 학생의 학부모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내 또 확진이 되었다는 연락들이 솟구쳤다.


한 명이 나으면 다시 다른 옆 친구가 등교중지가 되고

그 대각선이 등교중지가 되고

그렇게 3월 한 달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리 반 아이들을 다 같이 만나 적이 없다.


방역에 충실하라는 지침에 따라

손 닦고

소독제 바르고

소독 티슈로 닦고

자가 키트 주 2회

매일 건강상태 자가진단 앱까지 착실하게 임하는 우리 반.


마스크 한 번 벗지 않고

국, 영, 수, 사, 과, 음, 미, 체, 실, 도까지. 아니 창의적 체험활동까지 다 해내는 아이들.

하루 6시간 + 방과 후 수업까지

그 오랜 시간을 마스크를 쓴 채 버텨내는 아이들.


너희, 정말 괜찮은 거니?


부모로서, 선생님으로서, 인생 선배로서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걸까.


해결할 수 없는 무력감에

어쩔 수 없는 생존의 위협 속에

버텨내야만 하는 상황 속에

유일한 희망은 너희뿐인 것 같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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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교사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동학년 선생님과 전담 선생님들이 확진, 격리되기 시작했고.

주당 29시간을 전담 없이, 오롯이 담임들이 해내기 시작했다.


학기 초는 늘 목이 아픈 시기이거늘

환절기와 코로나 속에서 내 목이 왜 아픈 건지, 모르는 채

현장에서 참으로 다들 열심히 가르쳤다.


등교중지 아동을 위한 대체수업, 실시간 화상 수업을 켜 놓고

해당 아이들을 챙기며, 학습 자료를 제공하며

소리와 화면이 적절히 들릴 수 있도록 임장지도와 발표를 하고

담임 없는 반들 챙기고

슈퍼우먼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과연, 정점을 찍었다는 말을 믿어도 될까? 끝이 보이는 걸까?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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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에게도 Covid 19는 오게 되었다.

아프다. 목은 긁어내는 듯하고

코는 막히고, 처음 경험하는 매운 코의 느낌

연신 코를 찔렀어서 따가운 걸까, 비강의 점막이 건조해서 그런 걸까

한 명 빠지면 그 공백을 N분의 1로 나누어야 하는 것을 알기에

격리만 아니라면!

격리만 아니라면!

달려가고 싶다.


아니, 비겁해진다.

목이 아프니 수업이 두려워졌다.... 제일 좋아하던 게 말하는 거였는데 말이다.


한참의 단도리, 잔소리를 소통 앱에 올려놓고

다시 한번 동학년과 임시 담임 전담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고

이겨내리라. 다짐해본다.


학부모님들로부터 오는 연락.

-선생님 확진되면 너무 아파요.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재택진료받으세요

-선생님, 아이들 걱정은 마시고 푹 쉬세요

-선생님 쾌유 기원드려요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그래, 빠르게 나아야지. 나아서 나가야지.

나는 초등 담임교사니까.

엄마 없는 애들처럼 선생님만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이 있으니까.

기다려. 곧 갈게.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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