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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선 Jan 14. 2022

선생님의 짝사랑-아이들이 없는 교실 안에서

교육 파일에 추억 더하기

출처: 픽사베이


아이들이 없는 교실은 늘 허전하다


가림막을 다 떼내고

책걸상만 남아 있는 교실.


앉아있던 자리자리, 이름 하나하나가 눈에 선한데

이제 선생님의 짝사랑은 마음속에 묻어야 할 시간인 것을 알고 있단다.


어느 교사가 1년 동안 힘들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그 순간보다 보람이 더 크기에

늘 마무리되는 순간은 아쉽고 또 아쉽다.


가끔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이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 멋진 모습.


부끄러워하지 말으렴.

가운 입고 있지 않아도 된단다.

화이트칼라셔츠 입고 있지 않아도 된단다.

그냥 네가 있는 그 자리에서 소속감 느끼고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게 멋진 모습이니까 그렇게 살고 있다면 선생님은 네가 너무나 자랑스러울 것 같아.


막연하게 아이들이 잘 컸으면..

다치지 않았으면 바라는 마음 더하기.

스무 살을 갓 넘기고 백혈병으로 떠났다는 나의 사랑하는 제자에 대한 애틋함까지.


빈 교실에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2004년 초임때부터 모아온 아이들 사진과 편지가 담긴 나의 교육파일집을 넘기며.. 

돌아오지 못하는 제자 모습도 한 번 쓰다듬어본다.



2021년에도 나는 교실 안에서


12살밖에 안 되었지만

학습된 무기력감으로 늘 엎어져있고 Zoom 카메라는 끈 채로 초점 잃은 모습에서

전쟁, 무기 영상에만 빠져 즐거움이 없다는 모습에서

부모님의 방치 속에 마트를 전전했던 모습에서

선생님 도와주세요라는 외침을 읽었다.

출처: 픽사베이

저도 잘 살고 싶어요.

인정받고 싶어요.

칭찬받고 싶어요.

애들하고 친해지고 싶어요. 그 눈빛을 읽었기에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1년을 마친 날, 나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았다.


난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교육기간 동안

칭찬받는 아이들보다

낙인 받은 아이들에게 더 애착을 주었다.


나 아니어도 칭찬받을 곳이 많은 아이들은 따스한 눈빛을 전해주었을 뿐이지만

나 아니면 안 되는 아이들은 눈빛과 말투, 제스처까지

내가 너를 사랑해.

나는 너를 버리지 않아.

너를 책임질 어른 한 명은 있어.

너를 포기하지 않는 어른 한 명은 있어.라는 마음으로 버텼다.


교사, 사회복지사, 상담가는 성직자와 같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다 해도

아이에 대한 아니 사람에 대한 신뢰와 자기 헌신이 없으니 결코 버티기 어려운 직업 이리라.


또 하나의 아이가 희망을 얻어 전해준 편지에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홀로 눈물을 훔친다.


잘 커주길

잘 지내길.


이제 선생님의 짝사랑은 마무리할게.

날아오르렴.

세상에 무너지지 말고

날자마자 부딪히지 말고

조금씩 날갯짓 펴서 날아오르길.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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