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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Feb 16. 2024

땡!! 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땡!! 의 순간을 응원해


 태권도에 다니는 둘째 아이가 얼마 전 펑펑 울면서 집에 돌아왔다.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진정이 된 것 같아 이유를 물으니 태권도에서 ‘땡!! 당해서’라고 했다. 아이들의 언어로 ‘땡!! 당했다’라는 표현은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해 통과하지 못했으며(탈락) 그날 수업에서 제외되어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의 수업을 관찰하기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탈락의 쓴 맛, 열외를 당하는 소외감을 맛보고 온 것이다.


 태권도 선배인 첫째는 흰띠를 최장기간 매고 다니며 무수히 많은 땡!!으로 단련된 뒤 딩동댕으로 거듭난 아이였다.  그래서 첫째의 띠가 바뀔 때마다 우리 가족은 감동의 도가니 그 자체였고, 눈물이 많은 나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길쭉한 아이를 들어 올려 안아주었다. 그런 첫째의 시행착오를 곁눈질로 학습하고 갔던 이유인지, 운동신경이 남다른 이유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둘째는 땡!! 을 받지 않고 딩동댕으로 쉽게 쉽게 통과하며 땡!!으로 단련될 기회를 잃었다. 동생의 울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운 첫째는 옆에 서서 “언니는 땡 엄청 많이 받았어.”라고 위로했지만, 둘째 아이의 처음으로 맛본 “땡”이라는 씁쓸함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금껏 무수히 많은 '''딩동댕'의 순간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환호하고 좌절하며 그런 순간을 견디고 쌓아왔지만, 헤어짐의 순간이 익숙해지지 못하고 번번이 눈물이 나는 것처럼 '땡!! 의 순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땡!! 수많은 시험의 탈락들…

 땡!! 수많은 퇴짜의 메일들…

 땡!! 수많은 거절의 표현들…

 땡!! 땡!! 땡!!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함께 감당해야 하는 아이의… 남편의… 많은 땡!!! 들…  


 어릴 적 땡!! 도 참 마음이 아팠다.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보니 나도 그렇게 슬프고 아팠던 것 같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니 알면서도 겪는 '어른의 땡!!!'은 오히려 지나치게 친절하고 배려심 넘쳐서 더 이겨내기가 힘들고, 왠지 '노력해도 딩동댕을 줄 수 없어'라고 날을 세워 말하는 것처럼 차갑기만 하고, 다시 도전할 기회조차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땡!!! 이 명료한 소리가 가져오는 힘 빠지는 순간은 과연 익숙해지는 날이 올까?  


 생각해 보면 땡!! 을 많이 견디며 딩동댕!!으로 거듭난 첫째 아이도 무수히 많은 땡!! 이 익숙하고 괜찮은 것은 아니었을 다. 그 순간도 견디고 나아가야 하는 순간이기에 그저 하고 또 하고… 해야 하니 하고, 하기 싫어도 하고… 그러다 보니 또 그만큼 배우고 자라나고 있는 것일지도… 그러니 땡!! 의 순간은 너무 힘들지만, 우리의 인생 속에 어찌 땡!! 을 겪지 않고 딩동댕의 순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며, 어찌 땡!! 에 좌절해보지 않고 딩동댕의 순간진심으로 기뻐하며 만끽할 수 있을까… 싶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어른인 엄마도 ‘땡!! 의 순간’은 애써 다독이려해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의 무릎을 꿇게 되거든…
앞으로 너는 또 수많은 ‘땡!! 의 순간’을 마주하게 될 거야.
그런데… 그런 순간이 있어서 우리가 더 단단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우리의 ‘딩동댕의 순간’을
더 빛나게 만들어 줄...
‘땡!! 의 순간’들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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