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나태주 & 딸 나민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여러분, 이 시를 지은 시인의 이름을 맞혀보세요.”
짧은 조회시간, 아이들의 잠도 깨우고 분위기도 살릴 겸 유명한 작품의 작가나 시인 이름을 맞추는 활동을 한다. 이 시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친구는 없지만, 생각보다 단번에 정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간식이 걸린 퀴즈에 아이들은 모르지만 적극적이다.
“윤동주요~” “김소월인가?”
“주.. 주.. 가 들어가지 않았나?”
……
국어 책에 등장한 몇몇 시인들이 등장하고 드디어 정답이 나온다.
나태주!!
나태주 시인과 시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해서일까? 딸아이도 나태주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아이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매일 필사하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학교에서 발표할 때에도 나태주 시인의 시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그가 초등교사 출신의 시인이라는 것과 웃는 모습이 참으로 인자해 보인다는 것… 아끼고 아끼는 딸이 있다는 것… 외에는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그의 책과 시는 많이 접해봤지만 ‘그’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지난주 남편이 ‘나태주 시인 딸이라네?’라고 나민애 교수가 출연한 유퀴즈 링크를 보냈다. 잊고 있다가 오늘 밥을 먹으며 영상을 보다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엄마 왜 울어?”
“감동적이야…”
“뭐가??”
“사람이… 사람이 감동적이야”
읽기와 글쓰기와 국어의 중요성을 이야기했고 그 부분에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구구절절 공감했지만, 사실 나태주라는 아버지와 나민애라는 딸의 모습과 그들의 대화와 일상이 너무도 아름다웠고 그래서 눈물이 났다. 그래서 그런 곱고 예쁜 시를 쓸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나태주 시인은 월급날 늘 빚을 갚기 바빴는데 그 빚은 늘 책을 사 오느라 진 빚이었고, 그 빚을 갚으면서 동시에 또 많은 책을 사들고 돌아오느라 또 빚을 지게 되었다고 한다. 읽고 또 읽고 딸에게 읽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책을 사주시던 그였다. 그 과정에서 딸은 ‘새롭게 태어나는 책, 늙어가는 책, 부서지는 책… 이렇게 책도 모두 생명체이구나’를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더없이 귀하고 살아있는 경험을 시켜준 멋진 부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은 스스로 ‘늘 최대한을 해주고 싶었지만, 늘 최소한밖에 못해주어 미안해하고 부족한 아버지’라 생각했고,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살아주어 늘 고맙게 생각하는 딸’이라 여겼다. 그들의 마음과 감정이 와닿아 자꾸만 울컥울컥 했다.
그러다가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에피소드가 연이어 나왔는데…
“정말로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너와 함께 스위스 여행을 가보고 싶은데 이제는 내가 너무 나이 든 사람이 되어 그런 꿈도 고요히 접어야 하지 않을까 싶구나”
나태주 시인은 이리 미안함을 표현했고 그 마음에 딸인 나민애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1979년 6월 26일 내 생일날 아버지와 내가 만나 지금껏 하고 있는 게 바로 여행이야. 그러니까 나는 지금 이 여행으로 충분해 아버지와 함께한 이번 여행이 너무 좋았어.”
카페에 앉아 글을 쓰는 지금도 주책맞게 눈물이 난다. 나 또한 엄마를 생각하게 되고, 아이를 생각하게 되어 그런가 보다.
보는 내내 부녀간의 사랑이 참 애틋하고 아름다웠다. 나도 저런 멋진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에게 인내심을 발휘하기도 힘든… 수학을 가르치다가 차오르는 답답함과 화를 누르는 것조차 힘든… 이 부족하기만 한 엄마는… 오늘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둘째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
엄마인 나의 마음과 같은 나태주 시인의 시
너처럼 예쁜 세상
네가 웃고 있는 세상은
얼마나 좋은 세상이겠니!
네가 웃고 있는 세상… 맞아…
그것보다 더 크고 멋진 세상이 어디 있겠니…
오늘도 잊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