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윈지 Jan 02. 2024

당신과 나를 믿어주는 마음

그 마음대로 될 거예요.

 3월 새 학기 첫날, 새롭게 만나는 반 친구들에게 자신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글과 함께 담임교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보라 한다. 아이들은 나에 대한 첫인상을 적어 놓기도 하고 이런 선생님, 이런 반이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적기도 한다. 그중에는 꽤나 마음이 쓰이는 부탁들도 있다.

“선생님, 제가 머리가 자주 아픈데, 꾀병이 아니고 정말 그런 거예요. 아프다고 할 때 꼭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저는 조별로 하는 일이 싫은 것이 아니고요. 정말 어려운 거예요. 하기 싫다고 안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부탁을 읽고 있으면 이 아이들에게 ‘믿어주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아이들도 처음부터 이런 부탁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 거다. 자신이 아프다고 했을 때, 조별 수업이 힘들다고 했을 때, 정말 그런 것이 맞느냐는 눈초리와 말을 마주했을 것이고, 쌓였을 것이고, 그러면서 아이들의 마음에는 ‘내가 하는 말을 정말 믿어 줄까?’라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을지 모른다.  


‘믿어주는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자'

나의 좌우명이다. 자기소개서를 써야 할 나이가 되면서부터 항상 믿는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나를 믿어준다는 건 실로 큰 마음을 내어 준 것이고 그 믿음을 저버리거나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고, 교사가 되면서 ‘나를 믿어주는 다른 이의 마음’뿐 아니라 ‘다른 이를 믿어주는 나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를 믿어주는 마음


 첫째 아이는 몸이 약했고 잘 아파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빠지는 날이 많았다. 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여전히 약했다.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웬만해서는 빠지지 않고 등교해야 하는 학교가 많이 버거웠을지 모른다. 겨우 적응해 낸 학교 생활은 코로나가 터지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기초체온이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높았던 아이는 얼마 되지도 않는 등교일에 아프지 않지만 열이 있다는 이유로 집에 돌려보내져오기도 했다. 그렇게 또 학교를 가는 날보다 못 가는 날이 많은 시기를 보냈고 아이에게 학교는 몇 년에 거쳐 적응해야 하는 장소가 되었다.


 한 번은 아이가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학교에 갈 수 없을 정도는 아닌 약한 감기였다. 너무 힘들면 조퇴하기로하고 등교시켰지만 선생님께 연락이 왔고 아이는 너무 힘들어서 조퇴하고 싶다고 했다. 조퇴를 하고 집에 돌아온 아이는 기운이 없긴 했지만 김밥도 돈가스도 과자도 열심히 드시고는 아주 편안하게 쉬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아이가 정말 힘들어서 조퇴한 것이 맞나 하는 생각과 함께 늘 아플 때 쉴 수 있었던 아이가 조퇴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와 앞으로도 계속 학교를 쉽게 빠지려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몰려오기 시작했고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마음을 남편에게 전했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남편은 말했다.

 “채니를 믿자.”

 그 말에 끓어오르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믿음이 부족한 엄마였던 것이 부끄러웠다. 가끔 공감을 안 해줘서 서운하게 하는 남편이지만, 그때만큼은 ‘믿어주는 마음’이 필요한 순간이었나 보다.  ‘정말 힘들었던 것이겠지. 혹시 정말 많이 힘들지 않으면서 조퇴가 하고 싶었던 것이라도, 앞으로의 상황 역시 채니가 잘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겠지.’라는 믿음… 

나를 키우는 나의 아이들♡


 두통이 잦을 거라는 반 친구는 정말 참기 힘들 정도로 머리가 아파 보일 때가 종종 있었다. 조퇴를 하기도 했고 약을 먹고 보건실에서 쉬기도 했고 반행사나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기도 했다. 아이가 자주 아파서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런 상황이 될 때마다 눈치를 보는 아이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때마다 그 친구에게 진심을 다해 나의 마음을 전했다. ‘선생님도 두통이 자주 있어서 네가 아픈 걸 잘 이해해. 네가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가 빨리 나아서 다시 모든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 아이가 졸업할 때 커다란 꽃다발을 가져와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믿어주셔서 감사했어요, 꼭 또 찾아올게요.”   

꽃다발보다 예쁜 아이들 마음♡


나를 믿어주는 마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믿어주는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나 스스로를 얼마나 믿어주고 긍정의 언어로 격려하고 있을까? 새해가 되니 올 한 해 하고 싶은 것들과 이루고 싶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다이어트? 하다가 주말에 폭식하고 또 실패하겠지?’ ‘근육? 키우고 싶은데 근육은 잘 생기지 않는 몸이라 소용없겠지?’ ‘독서? 계획 세워도 바빠서 잘 못 지키겠지?’ ‘일기? 이번에도 연초 일기만 쓰다가 뒷장은 백지로 두겠지?’ '외식비? 줄이려고 노력해도 잘 안될 거야.'


 해보지 않았는데 마치 해본 것처럼 나의 앞날을 점치고 막아버린다. 내가 이럴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나에 대한 믿음을 꺼내놓는 일이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내가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어찌 그 일을 해 낼 수 있을까?


 대책 없는 무한 긍정과, 노력 없는 기적과 요행을 바라는 마음은 독이 될 수 있지만, 긍정의 말과 믿음의 마음은 나를 분명 그만큼 성장시키고 나아가게 할 것이라 믿는다.


“두 번째 책은 안 쓸 거야?”  

딸아이는 가끔 나도 잊고 지내는 출간 이야기를 하고 던진다.

“고민 중이야.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엄마,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청소년 문고 써 줘.”

“엄마가 그런 문학 작품을 쓰는 건 아직 힘들 것 같은데~~”


 나를 믿어주는 마음은 역시 어렵다. 그렇지만 해보지 않고 단정 짓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해보자, 하는 데까지 해보자, 잘할지도 모르잖아? 아니… 잘할 수 있어!!’




당신을 믿어주는 마음


 밝고 희망찬 새해, 누구나 새로움에 설레는 상황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고픈데 길은 보이지 않고, 노력의 결실과 성과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만 있어 보이고, 새로운 시작으로 빛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더욱이 웅크려드는 마음을 달래야 하는 당신그런 당신이 있다면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믿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믿어주는 마음…
그 마음대로 될 수 있을 테니…


작가의 이전글 플래너를 50개씩 사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