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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Dec 20. 2023

플래너를 50개씩 사는 이유…

플래너도 멋지게 꽉꽉 채우고, 한 해도 멋지게 꽉꽉 채우고!!  


 플래너, 다이어리를 준비하는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는 처음으로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획득했다. 물론 커피를 17잔이나 마시고 받은 다이어리니까 절대 공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돈을 지불하지 않고 손안에 들어왔으니 열심히 커피를 마셔 준 것에 대한 보상같이 느껴지며 연말 선물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플래너는 2023년을 돌이켜보며 2024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게 해 준다. 내가 참 좋아하는 시간이다.

커피 17잔 마셔 받은.. 선물 아닌 선물 같은 스벅 플래너

 연말이 되면 나의 다이어리나 플래너를 포함하여, 아이들에게 줄, 친구들에게 선물할, 그리고 내년 함께 할 학급 친구들을 위한… 작고 부담 없는 가격의 플래너를 많이 구입한다. 2월이 되면 학급 배정표를 받고 그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손글씨로 적어 놓는다. 그리고 담임교사와 학생으로 처음으로 만나 인연이 시작되는 날 이름이 적힌 플래너를 한 명씩 나누어준다. 그 다이어리는 아이들이 그 해 종업, 혹은 졸업을 하는 날까지 함께한다.

내년 학급 다이어리로 낙점 (이미지 은계팬시)

 그 작고 얇은 플래너는 생각보다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한 달의 크고 작은 행사와 활동을 미리 적어 놓기도 하고, 준비물이나 시간표 변동 등의 단체 계획, 혹은 나만의 개인적인 계획이나 목표를 적기도 한다. 새 학기에는 새로운 친구들과의 소통을 위해 친구들의 인터뷰 일지로 사용하기도 하고, 상식을 키우는 퀴즈를 내어 답을 적어 내는 용도로 쓰거나 그날의 명언이나 좋은 글귀를 함께 적어보는 필사 활동으로 쓰기도 한다. 때로는 말로 하기 어려운 고백이나 의견을 교사인 나에게 전달하고 싶을 때 쓰기도 하는데 아이들의 속 마음을 나누는데 꽤나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채워지고 모아지면 아이들 각자만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시간과 추억이 함께 쌓이게 된다.


 모두 같은 모양의 플래너를 나눠주지만 연말이 되면 그 플래너는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로 바뀌어 있다. 아기자기 스티커를 붙여놓은 친구들도 있고, 예쁜 그림을 멋지게 그려놓은 친구들도 있다. 알록달록 여러 색깔의 펜을 써서 쓰는 친구도 있고 샤프로만 써서 지우고 수정하기 좋게 쓰는 친구들도 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나와 함께하는 한 해동안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며, 다시 돌이켜보고 수정해 가고, 또 다른 꿈과 미래를 향해 도전해 가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플래너를 선물하는데, 플래너를 끝까지 잘 활용하여 작은 습관으로 자리 잡은 친구들을 보면 너무 대견하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


 교사가 되어보니, 그리고 엄마가 되어보니,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 쉬운 듯 보이지만 쉽지 않은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임을 깨닫는 순간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플래너가 작게나마 아이들의 그런 성장의 순간을 기록하고 돕고 응원할 수 있으리라 믿고 싶다.


 학급 플래너는 교사와 학생의 약속이라 끝까지 열심히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작 집에서 나의 다이어리나 플래너는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새로 쓰는 다이어리와 플래너는 보다 알차게, 보다 끈기 있게 끝까지 잘 써보고 싶다. 우리 아이들과도 곧 맞이할 방학을 위해 함께 플래너 쓰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근데 애들아… 너희들 이번 방학에 용돈 버는 계획만 있는건 아니지??

 우리들의 모든 날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들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 안에서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고 소중한 것들을 찾아가며... 함께... 또 열심히 가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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