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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Nov 27. 2023

힘든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으니...

쇼펜하우어 아포리즘_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중국어 과목의 입지와 중국어 교사의 상황이 좋지 않다. 코로나 이후 상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최근 몇 년은 중국어 교사의 전국 티오가 0명이거나 경기도만 뽑는 수준에 그치고 중국어를 가르치던 학교에서도 수요가 없어서 가르치지 않게 되거나 중국어와 일본어를 선택해서 가르치는 학교에서는 그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되었다. 사실 이해는 간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중국어 선생님임에도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많다. 한동안 일본어 교사의 티오가 0명이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중국어가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다.

 

 교사는 보통 5년 주기로 학교를 이동해야 하고 10년 주기로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중국어 교사는 점점 그 이동이 힘들고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잠깐의 추세일지 길게 이어질 흐름일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전공하지 않는 진로, 주제선택, 예체, 학교스포츠 같은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나는 중국어 교사지만 다른 수업을 더 많이 하는 상황이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이 오기도 한다. 연말이 다가오니 내년을 준비하며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심히 걱정스러운 이런저런 상황이 쏟아지고 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환영받지 못하는 과목을 가르친다는 것은 심적 부담과 압박이 크다. 나의 탓은 아니지만 내가 더 신경 쓰며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나의 자리에서 묵묵히 내가 할 일을 하면 될 테지만 그럼에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더 정확히 말하면 나의 몸은 스트레스에 굉장히 취약하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언제나 좋을 수많은 없지…’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이런 생각이 나의 몸까지 닿지는 않는 모양이다. 스트레스란 녀석을 머리로 애써 이겨보려 해도 나의 몸은 이미 슬금슬금 경직되고 경직된 몸은 두통을 유발한다.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한 스스로의 모습에 또 스트레스를 받아서 더 힘들어진다.




가장 달달한 커피를 옆에 두고 <쇼펜하우어 아포리즘_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를 읽었다. 읽던 책이 2권이나 있지만 마음이 불편한 나에게 남편이 읽어보라 추천해 주어 먼저 읽게 되었다.


니체, 헤세, 카프카, 카를 융, 프로이트 모두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쇼펜하우어였다”라고 말했다. 그런 쇼펜하우어의 책과 그의 생각을, 나는 이번에 처음 접했다. 다소 비관적이거나 차가운 시선의 문장들이 있긴 했지만, 마음에 남은 여러 문장과 글귀가 있었다. 아마 책의 편역자가 언급했던 것처럼 ‘쇼펜하우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절망은 끝이 아니고 궁극이 희망이며, 고통 역시 소멸해야 끝나는 아픔이 아니라 그 아픔 끝에 새로운 가치관이 나의 인생에 성립된다’라 말하는 이유 때문이지 않았을까? 어쩌면 염세주의 철학자이며 극도의 비관론자라 불리는 그는, 그 누구보다 삶에 애착을 가지고 인생을 잘 살아내고픈 사람이었을지도…




 타인의 판단에 자주 흔들리는 나를 향한 문장들도 있었고, 사소한 일에 고통받고 사소한 일에 위로받는 나를 향한 문장도 있었다. 행복과 불행 가운데 서있는 나를 깨우치는 이야기도 있었고 질문과 의미와 가치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그중에서 자꾸만 머리가 아파지는 지금, 가장 남기고 싶은 글귀를 적어본다.

 머나먼 항해를 떠난 배는 바다에서 풍파를 만난다. 풍파 없이 배가 항구에 닿을 수는 없다. 그래서 시련은 전진하는 자의 벗이다. 절망에서 생의 기쁨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파도가 치지 않는 바다처럼 지루한 것이 또 있을까.
 번민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번민은 욕심에서 태어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욕심보다 강한 무기가 있다. 진리를 갈망하는 마음이다.
 그대의 오늘은 최악이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쁠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대의 청춘은 내일을 준비한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나그네의 길임을 그대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평안과 안식은 그대에게서 삶의 의지를 빼앗는 적이다. 그대의 삶이 평안과 안식을 누리게 되었을 때 그대의 삶이 거대한 우리가 됨을 명심하라.


 어찌 나의 모든 것이 환영받고 내가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모두 나에게 웃는 얼굴을 보이며 나에게 좋은 일만 생길 수가 있을까? 내게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은, 내가 무언가에 진심이고, 노력하고 있고, 외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힘든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이 널뛰는 순간에도 지금 해야 할 것을 하며 묵묵히 걷다 보면 ‘그래, 그땐 그랬었지.’ 생각하는 순간이 올 거라 믿는다. 나도.. 그리고 그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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