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가 언니를 요새 이리 부른다. 내가 봐도 정말 그렇다. 먹는 것과 담을 쌓고 그리 안먹던 우리 첫째가 어떻게 이렇게 없어서 못 먹고 먹는데 진심인 아이가 되었을까??
첫째 아이는 엄마들이 모이면 나누는 ‘안 먹는 아이 대결’에서 져본 적이 없게 해 준효녀였다. 안 먹는 아이 이야기를 할 때면 자랑도 아닌데 묘한 경쟁심이 발동하며 질 수 없다는 듯이 달려들어 속사포 한풀이를 하고만다. 그래서 정말 져본 적이 없다. 그녀의 이력을 살짝 나누자면..
분유는 100 이상을 타본 적이 없는데 그것도 다 먹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젖병이 문제 있은가 하고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젖병을 사서 바꿔보았지만 젖병의 문제가 아니었다. 먹는 것에 도통 관심이 없었다.
이유식은 또 어떠한가. 투뿔한우안심을 갈아 만든 이유식도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았다. 이유식도 분유도 안먹어서 안크는 아이 덕분에 병원 의사 선생님은 다이어트일지도 아니고 아이섭취량일지를 써서 내라고 하셨고, 오은영 박사 대기를 걸어놓고 소아전문의 상담을 이곳저곳 다니고 육아 상담기관 여러 곳에 문의하고 상담하며 눈물을 얼마나 펑펑 쏟았는지 모른다.
그중 아플 때는 정말 죽어라 안 먹었는데(일 년에 350일은 아팠던 아이라ㅠㅠ) 열나는 3~4일 정도는 정말 숭늉과 포카리를 제외하고는 몽땅 다 거부하셔서 5일 차 바나나 한입을 베어무는 순간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가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주르르 흘리게 만드는 장본인이었다.
이렇게 안 먹는 아이였던 그녀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없다는 결단을 스스로 내렸는지 갑자기 잘 먹기 시작했고 살이 포동포동 오르더니 키가 쭉쭉 크기시작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변화라고는 신체 활동과 태권도밖에 없다. 데리고나가 뛰놀고 먹이고 또 뜀박질하고 먹이고... '아프고 안 먹고 다시 아프고 또 안 먹고'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건 면역력을 기르는 방법뿐이었고 그래서 아파도 안 먹어도 체력을 키우며 배가 고픈 걸 느끼는 아이가 되었는데 그 이후 먹는 즐거움을 알았고 잘 먹으니 또 안 아프고 그래서 더 잘 먹게 되었다고.. 그리 생각한다.
마시멜로우 꼬챙이가 이정도는 되어야지
지난 주말은 먹는데 진심인 그녀의 생일이었다. 생일이 되기 며칠 전, “생일 선물로 뭐 받고 싶어?”라고 물었다.
첫째에게 물었는데, 둘째가 두 손을 모으며 답한다.
“와~ 나 저 질문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길 기대하며, 무슨 대답을 할까 언니의 입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집중하고 있다.
첫째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한다.
“안심!!”
아빠와 엄마는 입이 떡 벌어져 할 말을 잃었고, 둘째는 더 놀랐지만 격한 리액션을 보인다.
“와!! 장난해?? 안심이라고?? 누가 먹는데 진심인 여자 아니랄까 봐!!”
먹는데 진심은 그녀는 외식을 할때 메뉴를 미리 일러주면 그 식당에 이 그릇을 챙겨가서 먹으면 기똥차게 맛있을 거라 얘기한다.먹을때 그릇따위는 보이지 않는 엄마와는 사뭇 다르다.그래서 예쁜 그릇과 컵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직접 그림을 그린 컵을 만들어서 선물해 주었다. 키티를 좋아해서 최선을 다해 키티도 그려보았다.(키티마저 후덕하게 그리는 나, 키티건 뭐건 너무 마르면 보기 안 좋아!!)
그녀가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말한다.
“엄마 나 j인 거 같아.”
“응? 그럴 리가 없지 않아?”(영혼이 마구 자유분방한 너는 거의 99% P라고 이 엄마가 확신한단다)
“아냐.. 나 칼국수 먹고 죽 먹고 그다음 아이스크림 먹을 거까지 생각하며 먹고 있잖아, 나 진짜 j 맞는 거 같지 않아?”
아.. 그렇네.. 너 계획형 인간이었구나…
밥 다 먹고 겉옷을 입고 둘째 겉옷도 입히고 식당을 나오려는데 첫째가 안 보인다.
“언니 어디 갔어?”
찾았다. 아이스크림을 낑낑대며 열심히 푸고 있는 너… 아이스크림 벌써 세 대접 먹지 않았니??
남편과 나와 둘째는 멋쩍게 겉옷을 다시 벗고 제자리에 앉는다.어디까지가 계획인 거니?
먹는데 진심인 뇨자, 생일선물로 안심 받는 여자, 늘 배곱흔 그녀의 다음 생일에는 또 어떤 먹는 것으로 기쁘게 해줘야 할까??
스케일이 다른 그녀_점보사이즈 도시락 사발면을 사들고 오심
안 먹는 아이를 둔 부모의 문드러지는 마음을 너무 잘 안다. 뭐라도하고픈데 뭘해도 되지 않는 그 상황도 너무 잘 안다. 하루하루 '잘 먹기만 해 다오~'했던 그리 안 먹던 아이도
생일 선물로 안심!! 을 외칠 수 있는 이런 변화가 안 먹는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