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도 새끼를 낳아 기른다. 아무렇지도 않게 남들에게는 폭력을 행사하면서 지새끼는 귀한가 보다.
한마디로 애비나 애새끼나 꼴. 불. 견이다.
그날은 유난히 외출 전부터 말을 안 듣는 딸내미와 실랑이가 길어졌다. 양손 가득 바리바리 짐가방을 들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데 무조건 낮에 사주기로 약속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자며 생떼를 부려댔다. 하는 수 없이 짐가방을 든 채로 밖으로 나왔는데 아차! 핸드폰을 두고 나온 게 생각났다.
요새 왜 이렇게 깜빡깜빡하는지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왔다. 게다가 밖은 사우나를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운 공기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어쩔 수 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현관으로 향하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결국 큰소리를 치고 말았다.
우는 아이를 데리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 짐을 마저 챙기고 다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차 끌고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고 아이를 달래면서 운전석에 올라타는데 외출도 하기 전에 진이 빠진다. 입이 댓 발 나와있는 아이를 백미러로 확인하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출발했다.
지하주차장을 조심히 나가는데 급한 경사길을 올라가느라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통에 입구 앞에 있는 볼록거울도 보지 못하고 막 입구를 빠져나가려는 찰나 갑자기 옆에서 굉장한 속도로 흰색 에쿠스 차량이 달려왔다.
지하주차장 언덕을 올라 마지막 턱을 빠져나올 때는 경사 때문에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려야 한다. 당연히 지나가는 차량이 아무리 직진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잠시 멈춰서 기다려 주거나 서행해야 한다. 무조건 적인 양보가 아니라 서로 조심해야 사고가 나지 않기에 나 자신을 보호하는 상식적인 방어운전이다.
하지만 흰색 에쿠스는 박을 테면 박아라, 나는 무조건 직진이다, 내가 먼저다라는 식으로 달려들었다.
거의 차량을 박기 직전 코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간신히 사고를 피하고 너무 놀라 클락션을 울렸다. 클락션의 의미는 말 그대로 조. 심. 하. 라! 였다. 내 차가 아직도 주차장을 다 빠져나가지 않았고,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 그 차에게 나 좀 보라! 는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간신히 사고를 모면한 나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마르기도 전에 열불이 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수시로 차가 드나드는 주차장 입구 앞에 그 흰색 에쿠스는 떡 하니 내 차 앞을 가로막고 급정거를 했다. 차량이 급하게 서는 뒷모습만 보고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짜리 몽땅하고 근육끼 없는 볼품없이 두껍기만 한 양 팔뚝에 떡 하니 잉어 비닐 무늬 같은 문신을 두르고 있는 MZ조폭스러운 깡패새끼가 씩씩 거리면서 차에서 내렸다.
'내가 이 문신을 새기기 위해 얼마를 썼는지 니들이 아러? 나 무서운 사람이야!'라고 보여주고 싶어 안달 난 그 문신충은 당연히 민소매를 입고 있었다.
왜 다들 그렇게 보여주고 싶어 안달일까? 정말 멋대가리 없이 촌스럽고 매우 일차원적인 종족들이다.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무서울 것도 없었다. 그 새끼가 다가오기도 전에 운전석 창문을 내렸다. (만약 당신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더러운 면상 맞대고 기분 잡치지 말고 절대 창문 사수 무조건 112 신고가 답이다.)
"왜 빵 거리는데~ 니 뭔데?"
"내차를 못 본 것 같아서 사고 날까 봐 빵 한 거예요."
"다 봤어~ 내 차가 직진이라 먼전데 뭐, 어쩌라고 빵 하는데 확~ 씨!"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인가요? 뒷좌석에 애도 있는데 그만하시죠."
"뒤에 애 있으면 뭐~ 어쩌라고! 내차에도 애들 있어~!"
(으잉? 너 같은 인간도 애를 낳았다고? 엄청난 재앙이다...)
순간 할 말을 잃고 그저 그 인간을 쳐다만 볼 수밖에 없었다. 너무 황당해서... 애가 있다... 그 말만 반복적으로 머릿속에 울릴 뿐이었다.
"눈깔을 그렇게 뜨고 야리면 어쩔 건데?"
(야린다라... 쳐다봤을 뿐인데 참 발상이 동물스럽다.) "아... 네 이제 그만 가시죠."
"XX 년이 뚫린 입이라고 아가리 털고 있어!"
...
...
...
내가 쳐다만 볼뿐 한참을 아무런 대꾸도 안 하자 본인도 아줌마를 상대로 더 나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생각보다 빨리 물러나기 시작했다.
내 입에서 아무런 사과의 말도 못 듣고 가려니 억울했는지 내쪽을 바라보면서 쉴 새 없이 육두문자를 쏟아내며 차 쪽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혼자서 '분노조절장애 쇼'를 시전 하며 상황은 종료되었다.
아마도 그런류에 인간들 머릿속은 이렇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나 평소에 싸움 좀 연마했는데 누구 하나 붙잡고 내 실력 좀 시험해 보고 싶던 찰나 너 참 잘 걸렸다. 엇? 뭐야 전투력 떨어지게 웬 아줌마? 오히려 잘됐다. 마음껏 센 척해보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모두 나를 무서워하겠지?
흠...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어야 그 짧은 클락션 소리 하나에도 그런 엄청난 분노가 생기는 것일까? 도대체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길래... 참 이해 안 되는 것 투성이었던 일진이 사나운 하루였다.
나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선, 내가 클락션을 누른 이유가 순전히 그냥 놀라서였을까 내 마음에 조금의 짜증도 없었을까 하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고 다시는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클락션 누름 방지 센서가 생겼다.
두 번째, 아이가 떼를 쓰거나 짜증 나는 행동을 해도 조금은 기다려주고 받아주는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만약 내가 그때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더라면 그 깡패새끼랑 마주치는 일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루 아줌마 한 명에서 마음껏 분노를 퍼붓는 데 성공한 그 깡패새끼는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아무나 붙잡고 싸울 것이다. 그러다 결국 제 스스로 화를 자초할 것이다. 폭력적인 가장을 둔 가족은 절대 행복할 수 없다. 폭력성은 결국 가장 약한 상대를 향해 표출대기 마련이니까... 너의 새끼가 불쌍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