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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이 mom e Jun 30. 2023

쓸모는 사람을 살린다

생각 글쓰기

주말 아픈 엄마를 보러 다녀왔다.

엄마가 웃는 모습을 봤다.

엄마가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모습을 봤다.

엄마가 이모들을 기다리며 설레는 모습을 봤다.


이 모든 게 다시 살아난 엄마의 모습이다.



아픈 엄마가 힘든 시술을 하고 언니네 집에 있다.

시술 후 통증으로 인해 섬망증세를 보이셨다 하고,

엄마도 간호하는 언니와 아빠도 너무 힘들어 보여 전화통화도 자제했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고 영상통화로 만난 엄마의 눈빛은 아무런 의욕이 없어 보였다.

못 드시고 몸이 안 좋으셨어도 정신력으로 잘 버티시고 계시던 엄마가 전화기 안에서 무표정으로 몸을 웅크린 채 전화기 안에든 딸에게 눈길만 잠깐씩 줄 뿐이다.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고 한참을 엄마의 그 모습이 눈앞에 남아있다.

삶에 대한 아무런 의욕이 없는 표정. 포기한 표정.

슬펐다 아주. 심각하다 여겼다. 비상이다.

나중에 언니에게 물으니 예상대로 엄마는 아무 의욕도 없으셨고,

시술 후 한 번도 웃지 않으셨다했다.

자신의 쓸모와 필요성을 잃으신 것 같다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그저 힘들게 하는 존재로 느끼는 듯하다고 했다.


사람이 자신의 쓸모를 못 느낄 때 그때는 모든 것을 놓아버릴 수도 있구나.

삶의 지속의 이유는 쓸모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닿았다.


사람은 삶을 사는 목표가 있고, 꿈이 있고 이유가 있다.

자식을 위해 사는 부모, 부모를 위해 사는 자식, 자신의 꿈을 위해 사는 사람, 누군가에게 도움도 받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산다. 

그런데 자신의 사용용도가 전혀 없다 여겨지면...

살고 싶어지지 않을 것 같다.


한때 나는 미래가 밝지 않다 여겨 삶의 의욕도 이유도 잃었던 적이 있다.

나의 쓸모가 아니라 내가 아무리 내 쓸모를 사용해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미래를 까맣게 만들었고 내 노력의 쓸모가 없다 여겨졌었다. 그로 인해 인생을 놓아버리고 싶었었다.


그런데 나의 쓸모 자체가 없다 여겨진다면?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될 것이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엄마의 모습에서 '쓸모'가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삶에서 '쓸모'는 삶의 이유에 얼마를 차지할까?

자신이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라 여겨진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쓸모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엄마에게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임을 알게 하고, 당신의 존재 자체가 쓸모임을 알게 해드리려 한다.

그것이 엄마가 현재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또 엄마에게 닥친 이 상황 속 어떤 쓸모에 해당할지 고민한다. 그리고 내 쓸모를 활용하여 엄마를 도울 것이다. 


23.3월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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