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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이 mom e Jun 22. 2023

꿈은 행하면 현재가 된다.

생각 글쓰기

내 꿈은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는 거였다.

즐겁고 칭찬을 받았던 경험들이 있던 어린 시절로 태엽을 돌려본다.

난 영혼이 맑디 맑은 아이였다. 노래하는 걸 좋아했고, 춤추는 걸 좋아했다.

친척들이 모이면 늘 쌍둥이 자매인 동생과 친지들 앞에 서서 노래를 불렀다.

박수와 칭찬세례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노래와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춤도 좋아했던 것 같다.

아무 음악이나 흘러나오면 동생과 막춤도 추고 마음껏 춤을 춰댔던 경험이 많다.

다 커서 어른이 되어 육아 스트레스가 빵빵했던 시절에도 동생과 집 거실에서 막춤을 춰대고 조카가 배꼽을 잡고 웃었었다. 

노래를 부르면 즐겁고 시원했고, 춤을 추면 신이 나고 후련했다.


학창 시절 공부도 그다지, 운동도 그다지, 잘하는 것보다는 못하거나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아홉 살, 담임선생님이 엄마와 문 앞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내 귀에 들린다.

"00 이는 그림을 참 잘 그려요."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에 엄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뭐든 어설프고 만지는 건 이상하게 다 고장 내거나 부숴버리는 나는야 의도치 않은 사고뭉치였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나는 왜 이럴까? 왜 하나도 잘하는 게 없을까?

이게 나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였다.

그리고 남들의 평가였다. 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나보고 그림을 잘 그린단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

내 꿈은 화가!

화가가 꿈인 아홉 살이 되었다.

엄마에게 꿈을 이야기했더니 굶어 죽기 딱 좋은 일이란다.

돈도 많이 든단다. 


나에게 이룰 수 있는 미래가 아닌 꿈이 되어버렸다. 이룰 수 없는 꿈.

 

끄적끄적 연습장, 노트에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다.

생각이 필요할 때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그림을 그렸다. 연습장 한편에 쓱쓱 연필로 그림을 그렸었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치유가 되는 듯했다.


그리고 나에겐 정말 상상의 세계 같은 꿈으로 그림은 남았다.


그러다가 내 나이 마흔 중반을 넘기는 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던 중 그림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고, 

근처 화실에서 그림을 배우는 용기를 내었다.

용기가 필요하지 않은데 용기를 필요로 했다.

막상 문을 연 화실은 나를 몰입하게 했고, 행복하게 했다.

그렇게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늘 꿈으로만 남겨두었던 그림, 그 꿈이 지금은 현재가 되었다.

그냥 하면 된다. 생각보다 '행'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냥 마음먹으면 키보드판의 엔터키를 두드리듯 '탁' 치고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아홉 살 꿈이 마흔여섯이 되어서야 현재가 된 지금 나는 행복하다.

내 꿈이 이제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가 됨에 기쁘다.

난 이 꿈을 매일 이룰 것이고, 그림을 그리며 현재를 매일 만족스럽게 채워 나갈 것이다.


난 꿈을 이룬 사람이다. 내 꿈은 계속 현재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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