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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Mar 28. 2022

맞벌이 부부의 가사 분담은 어떻게?

결혼 후 12년간 가사는 대부분 아내가 전담했었다. 나는 아내가 우리 집의 집안일을 전담하고 있다는 그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그 기간 동안 나도 꽤나 집안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1년간 육아휴직을 하면서 오롯이 혼자 가시일을 전담해보니 그동안 내가 했었던 집안일은 아내에는 아주 작은 도움과 큰 생색내기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1년간의 휴직 기간 동안 아내의 고생과 힘듬을 알 수 있었기에 복직하기 전날 우리는 많은 걱정과 그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휴~ 이제부터 또 내가 집안일 다 해야겠네?"라고 아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뭘 혼자 해. 같이 해야지"

"어떻게 같이 하려고?"

"밥, 설거지, 청소, 빨래 같은 일들을 어떻게 나누어서 할지 생각을 좀 해봐야지"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수십 분 동안 이어졌다.

"그럼 네가 아침을 해. 그때 내가 이불을 개고, 방 청소기를 돌릴게"라고 내가 말했다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하잖아?"

"그렇게 따지면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밥은 전기밥솥이 하고,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다 하는 거네? 그런데 그거 아니잖아. 로봇 청소기 돌리기 전에 바닥에 있는 물건들 정리 싹 해놓아야 하잖아. 밥도 하기 전에 쌀도 씻어야 하고, 설거지도 먼저 한번 닦고 넣어야 더 깨끗해지고 그런 거잖아. 암튼 청소기는 내가 돌리고 아침 먹은 후 네가 설거지할 때 난 출근 준비를 해야 하니깐 씻고 준비하면서 막둥이 유치원 갈 준비도 내가 할게"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간 후 우리는 가사를 분담하였다.

나는 아침에 이불 개고(우린 침대를 쓰지 않기에 매일 이불을 깔고 갠다), 안방과 거실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려놓고, 아이들 등교 준비시키고 학교까지 데려다준 후 직장에 출근함. 퇴근 후 저녁에는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과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것 그리고 토요일 삼시 세 끼를 하기로 했다. 


아내는 평일 아침과 저녁 준비하는 거, 아침 설거지, 아이들 간식 준비, 아이들 하교 때 데리러 가는 거, 일요일 삼시 세 끼를 하는 것으로 큰 집안일들의 담당자를 지정했다. 다만 아내는 재택근무를 하기에 일을 하면서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의 모든 걸 케어해야 하는 더욱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다.


빨래를 돌리고 널고 개는 일을 그때그때 같이 하는 것으로 했다.

3월 한 달간은 이런 식으로 집안일을 나누어서 해보기로 하고 그 후 다시 정리를 하기로 했다. 시작한 지 3주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내가 하는 정도의 일이 아내의 성에 차진 않겠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는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집안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집안일을 같이 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 지금 이렇게 나누어 놓은 일들도 누군가에는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나는 집안일을 돕는 사람이 아닌 같이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 것도 모두 휴직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직접 집안일을 해보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에 할 수만 있다면 남자분들도 꼭 휴직을 해보고 그 기간 동안 아내가 했던 모든 일들을 전담하여 경험해 보시길 적극 권장한다. 해보지 않으면 그 힘듬을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집안일이라는 게 끝이 없이 매일 반복되기도 하지만 거기에 없던 일도 갑자기 생겨나기도 하다. 그렇지만 현재 나누어서 하고 있는 집안일 이외의 큰 집안일이 더 이상 생기질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여기에서 뭔가 하나 더 해야 한다면 너무너무 너무 피곤할 것 같다. 휴직을 또 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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